오세훈 “난 개혁보수 실천한 사람… 황교안은 복지부동 공무원 스타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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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대표 출마 오세훈 인터뷰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경쟁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 “공무원으로는 출세할 수 있겠지만 정치는 (황 전 총리처럼) 그렇게 좌고우면하면 안 된다”며 날을 세웠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경쟁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해 “공무원으로는 출세할 수 있겠지만 정치는 (황 전 총리처럼) 그렇게 좌고우면하면 안 된다”며 날을 세웠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5·18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에 대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대응 하나만 봐도 그는 치열한 정치판의 타이밍 싸움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아직도 총리, 장관에 머물러 있다.”

자유한국당 당권 도전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13일 서울 광진구의 한 카페에서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쟁자인 황 전 총리에 대해 “입당 한 달 행보만 봐도 알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친박(친박근혜), 영남권 중심으로 형성된 ‘황교안 대세론’에 맞서는 오 전 시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탈당한 뒤 1년 10개월 동안 당을 떠나 있었다. 한국당에 돌아온 지 이날로 77일째. 그는 27일 전당대회까지 남은 2주 동안 판을 뒤집기 위해 강경보수 대 개혁보수 구도, ‘수도권 총선 승리론’을 내세웠다. 평소 조용한 대화 태도와 달리 이날은 탈당이나 무상급식 주민투표 관련 질문엔 책상을 주먹으로 치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황 전 총리가 당 대표가 될 자격이 있다고 보나.


“공무원으로는 출세했겠지만 정치인으로선 무책임하다. 어떤 질문을 해도 ‘통합’이라고 답한다. 아직도 자신이 법무부 장관인 줄 아는 것 같은데, 밑에서 A안 B안 식으로 보고가 올라가야 검토한 뒤 결재하겠다는 것이다. 정치는 타이밍의 싸움이다. 정치 지도자는 바로 마이크가 들어오고 곧 결단해야 한다. 그런 식으로 당 대표를 해선 3개월도 안돼 (실체가) 들통날 것이다.”

―가장 심각하게 본 무책임한 태도의 사례는 뭔가.

“5·18민주화운동 폄훼 논란에 대한 황 전 총리의 답변을 보라. ‘5·18의 의미가 국민들의 마음에 각인돼 있다. 그런 뜻에 맞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리저리 계산만 하다 자기 생각을 말도 못한 것이다. 좌고우면을 넘은 복지부동 공무원 자세다. 5·18 논란에서 당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국면이다. 언론은 당의 대응이 늦다고 한다. 황 전 총리가 대표라면 당의 대응은 더더욱 늦어질 게 뻔하다. 지금 잠시 일고 있는 황교안에 대한 지지는 ‘신상품’에 대한 기대감이지, 역량을 따진 게 아니다.”

―그럼 오 전 시장이 ‘비황(비황교안)’의 구심점이 되고 영남권 표심도 잡을 수 있나.

“일단 (황교안 대세론의 반대 개념인) ‘비황’이라는 용어가 마음에 안 든다. 그리고 친박이란 이름을 달리 고쳐 쓴다고 뭐가 달라지나. 평생 공안검사였던 황 전 총리 같은 강성 보수의 얼굴로 과연 내년 총선을 이길 수 있을까. 영남권, 강성 보수층은 문재인 정부 실정에 대한 반작용으로 이미 어느 정도 결집이 돼 있다. 영남 65석을 다 이긴다 해도 수도권 122석을 못 잡으면 힘없는 야당이 된다. 그게 영남 유권자에게도 좋은 일인가. 30∼40%의 중도층을 ‘개혁 보수’로 붙잡아야 한다.”

―20년 정치 인생에서 ‘개혁 보수’를 실천한 사례를 제시해 달라.

“돈 선거를 막은 ‘오세훈법’(2004년 정치자금법 개정)이 대표적이다. 썩은 내 진동하는 정치판의 선거 풍토를 확 바꿨다. 한나라당 시절 소장파 모임을 이끌어 김기춘 의원 등 그 ‘어마무시’했던 중진들의 용퇴론을 주장했다. 서울시장으로선 ‘생활보수’의 일환으로 ‘120 다산콜센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런 업적은 서울시장 재직 시절인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 직을 걸었던 것으로 다 날아간 거 아닌가.

“오세훈이 그렇게 돌팔매 맞을 짓을 한 것인가. 그때 주민투표가 당 정체성, 보수의 가치에 그렇게 안 맞는 것인가. 당시 시민단체에서 유권자 90만 명의 서명을 받아 투표 실시 요건을 채워 왔다. 요건이 성사됐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나. 보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대선 불출마 선언도 했고, 시장 직도 걸었다. 오히려 당시 홍준표 당 대표, 실세 박 전 대통령이 ‘오세훈이 뜨면 나한테 도전한다’고 생각했던 게 아닌가. 내가 도와달라고 전화해도 안 받더라.”

―탈당할 때와 달라진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달라질 필요가 없다. 나는 한 번도 보수의 가치나 한국당을 외면한 적이 없다. 탄핵 정국 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당 입당을 거부했고, 그래서 또 다른 보수의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바른정당에 간 것이다.”

―출마 선언에선 ‘박근혜를 넘어서자’고 했다. TK(대구경북) 표를 포기한 건가.


“박 전 대통령을 용도 폐기하자는 게 아니라 ‘박근혜 프레임’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유영하 변호사의 한마디에 친박-배박(배신한 친박) 논란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서글픈 일이다. 황 전 총리, 김진태 의원처럼 쳐다보기만 해도 박근혜가 떠오르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오세훈, 누가 총선 때 전국을 다니며 표를 얻을 수 있겠나.”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 출마 요청을 회피했다는 비판도 있다.

“자꾸 져 버릇하면 패장이 된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서도 졌다. 또 지러 나갔다면 ‘이제 쟤는 안 된다’고 할 것이다. 대신 전국을 돌며 한국당 후보 지지 유세를 했다. 이번에 당협위원장을 맡은 서울 광진을엔 당 대표가 되든 안 되든 내년 총선엔 출마한다.”


●오세훈 후보 약력

△출생일: 1961년 1월 4일
△출생지: 서울
△학력: 대일고, 고려대 법학과 석·박사
△주요 경력: 제26회 사법시험 합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위원, 16대 국회의원(한나라당 서울 강남을), 한나라당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 공동대표, 서울시장,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최고야 best@donga.com·최우열 기자
#오세훈#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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