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 靑 참모들에 “대통령 대면보고 줄여라…‘저녁 있는 삶’ 드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24일 10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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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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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23일 청와대 참모들에게 “앞으로 대통령 대면 보고를 줄이라”고 지시했다. 대신 장관들의 대면 보고와 문재인 대통령의 현장 행보를 더 늘리겠다는 취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노 실장이 청와대의 업무를 살펴본 후, 정국 구상을 위한 대통령의 시간 확보가 절실하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노 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이를 건의했으며, 문 대통령이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이 각계 인사들과의 대화 및 소통을 강화하고, 현장 일정을 늘려갈 필요가 있다는 것도 고려했다”며 “노 실장은 청와대의 대면보고는 줄이되, 각 부처 장관 등 내각의 보고는 더욱 확대하라고 (비서실에)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공개한 일정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주 총 20차례의 청와대 참모 대면보고를 받았다. 반면 내각 보고는 두 차례에 그쳤다.

참모들의 대면보고가 줄면서 자연스럽게 노 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내 실장 3명의 권한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앞으로 비서실장, 정책실장, 국가안보실장 책임 아래 관련 사안을 전결 처리하는 등 업무의 책임도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 관계자는 “곧 단행할 개각에서 총선 출마로 정치인 출신 장관들이 대거 빠지고 공무원 출신 장관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며 “아무래도 문 대통령의 의중을 잘 모를 수 있는 공무원 출신 장관들이 대통령과 더 많이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각계 인사들과의 소통을 늘려 지난해 말에 나왔던 문 대통령의 혼밥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뜻도 있다.

이와 함께 노 실장은 “대통령이 검토해야 하는 보고서의 내용 등 총량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보고서를 줄이자는 제안은 21일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도 나왔다. 김수현 정책실장은 “최근 들어 보고서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고 했고, 노 실장 등이 “아예 문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적게 올리자”고 뜻을 모은 것. 보고서 양을 줄여 문 대통령이 정국 구상 등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고, 퇴근 후 관저에서 다양한 인사들과 ‘식사 정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보고서의 양이 많은 것에 대해 노 실장이 안타까움을 표하자 문 대통령은 “그래도 공부는 된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김 대변인은 이번 노 실장의 지시에 대해 “대통령의 삶에 쉼표를 찍어주자는 것이며, 대통령에게도 ‘저녁이 있는 삶’을 드리자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퇴근 후 시간을 확보하는 것은 참모진들의 오랜 고민이었다.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지난해 1월 문 대통령 생일을 맞아 참모들이 보낸 영상편지에서 “제발 관저로 보고서를 가지고 퇴근하지 마시라. 이렇게 말씀드려도 가지고 가실 것 아는데, 그렇다면 (지금의) 반만 가져 가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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