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국회 파견 근무 중이던 부장판사를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로 불러 지인 아들의 재판을 청탁했다는 정황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을 통해 드러난 가운데, 서기호 변호사는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청탁을 하게 되면 이건 단순한 청탁이 아니라 직권남용죄의 공범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이자 2015년 당시 서 의원과 함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을 지낸 서 변호사는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임 전 차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서 의원은 2015년 5월 당시 국회 파견 근무 중이던 김모 부장판사에게 강제추행미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지인의 아들 사건을 언급하며 “죄명을 공연음란죄로 바꾸고, 벌금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부장판사는 서 의원을 만난 당일 임 전 차장에게 이 같은 내용을 이메일로 상세히 보고했다.
서 변호사는 “이 사건은 같은 경우는 추상적인 청탁을 한 게 아니라 구체적인 청탁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며 “또 한 번의 심각한 문제는 그렇게 청탁이 이루어진 다음 하루 만에 파견 판사로부터 임종헌 전 차장, 그 다음으로 해당 법원의 법원장으로, 그 다음에 법원장에서 담당 판사로까지 일사천리로 그 청탁이 전달돼서 실제로 청탁했던 대로 벌금형이 선고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청탁 의혹과 관련해 서 의원이 국회 파견 판사를 만난 것 자체가 기억이 나지 않으며, 설사 만났다고 하더라도 억울한 사건을 전달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는 “거짓말을 하시는 거라고 본다”며 “저는 서 의원과 인간적으로 친하고 그분의 진정성을 믿는 편인데, 이 사건만큼은 서 의원이 잘못하신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사실대로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인데 여기서 지금 아니라고 거짓말을 하시면 정말 더 심각하게 (문제가) 확대된다”고 덧붙였다.
서 변호사는 서 의원의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판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단순히 억울한 사연이 있어서 전달했을 뿐이라는데, 파견 판사의 진술에 따르면 매우 구체적인 청탁이다. 그리고 그 청탁의 내용이 파견 판사가 임종헌 전 차장에게 보낸 이메일에 매우 구체적으로 기재가 되어 있다”며 “이건 움직일 수 없는 물증까지 확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서 변호사는 “(청탁이) 결론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따져보면 이 사건이 강제추행미수죄로 재판을 받았는데, 벌금형이 선고될 수는 있다”며 “하지만 이 사건을 보면 이 피고인이 공연음란죄로 이미 기존에 300만 원 벌금을 받은 전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마디로 바바리맨이라는 것이다. 이미 전과가 있는 사람이고, 또 이 사건 같은 경우는 단순히 5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바지를 내리고 바바리맨 행동을 했던 게 아니라 거의 1m의 가까운 데서 그 행동을 하면서 (피해 여성을) 껴안으려고 했다는 것”이라며 “껴안으려고 시도한 행동까지 있었다. 또다시 범행을 저지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최소한 집행 유예 이상을 선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서 변호사는 현직 판사의 국회 파견제도에 대해 “잘못된 제도고, 당장 폐지해야 되는 제도”라며 문제점을 제기하기도 했다.
서 변호사는 “2000년경부터 (판사가) 국회에 파견되기 시작했는데, 국회 대관 업무라고 해서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이 국회 법사위에 출석하고, 또 법안 심사할 때 참여하는 게 있는데 그 연결 고리 역할을 하기 위해 파견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파견 판사가 하는 일이 뭐냐면 주로 평상시에는 국회의원실을 돌아다니면서 (의원) 보좌관들을 만나고, 점심이나 저녁을 대접하는 이런 역할을 한다”며 “예를 들어 법사위에서 대법원에 대한 국정 감사 등을 할 때 어떤 걸 질문할지 이런 것들도 미리 염탐해서 빼내고 거의 스파이 노릇을 한다. 또 한 가지는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이 국회 법사위 회의 출석할 때 의전 역할을 한다”고 지적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