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북미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1일(현지시간) ‘선(先)검증, 후(後)대북 제재 해제’ 입장을 분명히 해 그 배경이 주목된다.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사찰 ’문제가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회담에서 미측의 상응조치로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과 미국간 치열한 공방을 예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날 라디오 방송에서 “그들이 핵 프로그램을 제거했다는 점을 우리가 검증을 통해 확인할 능력을 얻을 때까지 대북재제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변 핵 시설 등의 폐기에 따른 상응조치로 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에 사찰 문제에서 추가 양보를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너무 늦지 않게 실질적 검증을 수행할 기회를 얻기를 바란다”며 “해체되고 검증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여전히 엄청나게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검증(it‘s all about verification)”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다른 라디오 방송에서도 ’선 검증·후 제재 완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최근 4차 방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풍계리 등 일부 시설에 대한 사찰을 약속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사찰‘은 과거 북핵 협상들에서 끝내 넘지 못했던 관문으로, 특히 사찰단이 북한이 스스로 신고한 부분 외에 임의로 지정한 시설까지 들여다보는 ’임의 사찰‘ 수용 문제가 결렬 지점이 돼왔다.
그런만큼 이번 고위급 회담의 최대 관건 역시 ’임의 사찰‘에 대한 합의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전 북핵 협상들과 달리 비핵화 완료 시한이 설정되지 않은 이번 협상은 통상적 비핵화 과정에서 벗어나, 전체 핵 프로그램에 대한 ’신고‘를 뒤로 미룬 채 영변 등 핵심 시설의 폐기와 이에 대한 검증(사찰)에 집중한 뒤 이후 다음 대상으로 넘어가는 방식의 적용이 거론돼왔다.
하지만 미국은 아직까지 ’핵 신고‘를 먼저 받아야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미 협상에 정통한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핵 신고 문제도 향후 북미 후속협상에서 테이블에 올라갈 것”이라며 아직 미국이 핵 신고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다만 설사 전체적인 신고는 뒤로 미루는 안이 수용되더라도, 방대한 영변 시설의 완전한 폐기 검증을 위해서는 그간 시설 가동 내역과 결과 등에 대한 북한의 신고가 필수적인 측면이 있다.
결국 이 경우에도 사찰 대상과 범위, 방식, 수준 등을 둘러싼 양측간 공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이번 고위급 회담이 앞으로의 과정에 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안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은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임의 사찰을 반드시 실시하려 할 것이고 북한은 그것을 수용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이번 회담의 협의 대상인 풍계리와 동창리는 규모도 작고 별다른 부대 시설이 없기 때문에 임의 사찰이 큰 의미가 없지만 앞으로 사찰의 전범이 됨으로써 향후 영변에서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표면적으로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긴 하지만 어쨋든 제재 완화 문제가 북미간 테이블에 오른 상황에서 미국도 이를 포함하는 ’빅딜‘을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표적 대북 강경파인 니키 헤일리 주유엔 미국대사의 후임으로 대화파 폼페이오 장관을 보좌해온 헤더 노어트 국무부 대변인이 유력시되고 한미가 제재 이행과 유엔 제재를 준수하는 범위에서 남북간 협력을 조율하기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키로 한 것이 ’빅딜‘을 위한 사전 작업의 성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국이 남북간 협력에 대한 제재 예외 인정을 상응조치로 고려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민정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노어트 대변인을 차기유엔대사에 임명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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