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 PC방 살인’ 靑 청원 80만 돌파…‘심신미약 감형폐지’ 국회문턱 넘을까

  • 뉴스1
  • 입력 2018년 10월 22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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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서 ‘형법 10조’ 개정안 6건 계류 중
‘책임주의’ 원칙이 관건…“이제는 개정해야”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성수(29)가 22일 오전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되고 있다. 2018.10.22/뉴스1 © News1
PC방 아르바이트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성수(29)가 22일 오전 정신감정을 받기 위해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국립법무병원 치료감호소로 이송되고 있다. 2018.10.22/뉴스1 © News1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계기로 심신미약자에 대한 처벌을 줄여주는 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또 다시 커지고 있다.

22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심신미약자는 처벌을 감경하거나 집행유예로 풀리는 현행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강서구 피시방 살인사건.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 게시글이 85만여명의 동의를 받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 게시판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동의 숫자다.

형법 제10조 1항에 따르면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2항에는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돼 있다.

사실 음주 또는 정신질환 등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을 규정한 현행법에 대한 개선 요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른바 ‘조두순 사건’ 당시에도, 그리고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 등 피의자가 정신병력을 범행 이유로 내세운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심신미약 감형’ 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졌다.

현재 20대 국회에 계류돼 있는 ‘심신미약 감형’ 내용이 담긴 형법 10조에 대한 개정안은 총 6건이다.

여기에 성범죄와 공무집행방해, 아동학대 등의 범죄에도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까지 포함하면 20건이 넘는 관련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관련 발의를 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은, 형법 10조에 ‘음주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의 약물에 의한 심신장애의 경우 형을 감경하지 않는다’는 항목을 추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난해 1월 발의한 법안은 형법 제10조의 강행규정을 임의규정으로 바꿔 재판부가 범죄의 질에 따라 감경하지 않을 수 있는 근거를 두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신창현 민주당 의원의 개정안은 형법 제10조 3항의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의 행위에는 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에서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를 삭제해 법의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도록 했다.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형법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를 언급하며, 책임능력이 없도록 만든 개인 또한 형벌의 대상으로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인숙 한국당 의원과 윤후덕 민주당 의원도 심신미약에 의한 감형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내놓았다.

이밖에도 박완수 한국당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삼화·김수민 의원이 심신미약에 의한 성범죄에 대한 감형 폐지, 이명수 한국당 의원은 심신미약 상태에서의 공무집행방해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들은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 넘게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잠들어 있다. 문제는 다른 법과의 형평성 문제와, 형법의 기본원칙인 ‘책임주의’ 원칙이다.

서영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 대한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는 “책임감경 판결 사례로 인해 사법불신의 여론이 높아진 점을 고려할 때, 입법취지에 공감할 수 있다”면서도 “책임주의 원칙 위배 소지와 최근 특별법의 개정경과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적혀 있다.

검토보고서는 “그 당시 범행을 예견할 수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필요적으로 책임감경을 배제하도록 하고 있어, 행위태양이나 심신장애의 원인·정도에 따라 구체적 타당성을 기하기 어렵고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계기로 심신미약 감형 폐지에 대한 여론이 또 다시 형성되면서, 법사위에서의 논의가 진척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법사위 소속의 한 여당 의원은 “지금까지 심신미약이 너무 포괄적으로 적용된 부분이 있다”면서 “(이 부분에 대한)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 형법 개정안을 내놓은 한 의원실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살인죄에 대한 공소시효가 폐지되는 과정에서 보듯, 형법의 경우 좀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다시 여론이 형성됐으니) 국회 안팎에서 압박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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