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에 큰돈 요구해 유해 협상 난항… 27일 송환할지 불확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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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구 송환’ 놓고 막판 줄다리기

북한이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첫 이행조치인 미군 유해 50여 구의 송환을 앞두고 미국과 돈 문제로 막판까지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작업으로 들떴던 미국은 비핵화 로드맵으로 나아갈 수 있는 첫 번째 고리였던 유해 송환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 CNN, “27일 유해송환도 불확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27일로 예상됐던 유해 송환을 앞두고 생각보다 많은 돈을 요구해 협상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이 태도를 바꿔 소정의 대가를 기대하고 있다는 취지다. 로이터 통신도 24일(현지 시간) 전직 미 행정부 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협상 과정이 지지부진한 배경에는 북한의 현금보상 문제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반도 전문가인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1구당 가격으로 계산하지 않고 발굴작업 건수당 비용으로 계산한다”며 “작업에 필요한 연료나 장비, 농작물 제거 등에 드는 직접적인 비용들이 지불될 것”으로 내다봤다.

CNN은 24일 미 국방부 관리들이 27일 유해를 돌려받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면서도 “미국 또는 한국 정부에 북한이 송환 작업을 최종 승인하지 않아 유해를 이날 돌려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유해 송환만으로도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북한은 비핵화와 관련해서도 갈지(之)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이날 함경북도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초 함북 당 위원회에서 핵심간부회의를 불시에 소집해 6시간 동안 회의를 열었다”며 “마지막 강연자가 ‘핵’은 선대 수령들이 물려준 우리(북한)의 고귀한 유산으로 우리에게 핵이 없으면 죽음’이라고 강조하면서 회의가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국제사회에 핵 포기를 약속했던 북한이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 김정은, 미사일시설 연속 해체로 트럼프 붙잡기

동시에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뿐 아니라 평양 인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조립시설도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북한이 당초 이 구조물을 완성하는 데 불과 3일밖에 걸리지 않았던 것으로 볼 때, 해체한 시설을 언제든 다시 재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캘리포니아의 스탠퍼드대에서 미-호주 외교·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한 뒤에 북한의 미사일 엔진 실험장 해체에 관련해 “우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과 부합하도록 오래된 시험장이 해체될 때 현장에 감독관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며 “그들은(북한은) 완전하고 완벽한 비핵화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해외참전용사회(VFW) 전국대회 연설에서 “나는 매우 빨리(very soon) 이 전몰장병들이 집으로 돌아와 미국의 땅에서 편히 쉬기를 희망한다. 그것(유해 송환)이 프로세스를 시작할 것”이라며 김정은과의 약속을 거듭 강조했다. “오늘 새로운 사진들이 북한이 핵심 미사일 실험장의 해체 절차를 시작했다는 걸 보여줬다”며 “우리는 그것에 감사한다”고도 했다.

○ 그럼에도 끊이지 않는 종전선언 설

냉온탕을 오가는 북한의 행보는 결국 미국에 ‘상응하는 조치’, 즉 종전선언에 대한 요구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부는 미국과 북한에 중국을 포함시킨 4자 종전선언 가능성에 무게를 옮기는 모양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국의 건설적인 참여로 같이 가는 게 장기적으로 더 합의에 무게 같은 것을 더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8월 4자(남북미중) 종전선언 구상이 나오는데 종전선언은 그 형식과 시기를 모두 다 열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측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급)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5일 방북해 리길성 외무성 부상과 회담했다. 북한 문제를 담당하는 핵심 인사인 쿵 부부장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인 상황에서 북한 측과 ‘선(先)종전선언 후(後)비핵화’ 방안 견지 등 공동 관심사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 뉴욕=박용 특파원
#북한#미국#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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