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오면 놓아주겠다”… 靑, 탁현민 사의 만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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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행정관 “허리디스크 등 치료”, 주말 기자들에 사퇴 메시지 보내
임종석 “가을 정상회담까진 안돼”

“이제 정말로 나가도 될 때가 된 것 같다.”(지난달 30일, 탁현민 대통령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사진)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1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 중 한 명으로 청와대의 각종 행사 기획을 총괄해 온 탁현민 행정관이 사의를 밝혔지만, 청와대가 끝까지 만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 안팎에선 “탁현민이 실세긴 실세인 모양”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탁 행정관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다”며 사퇴를 시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즉각 “탁 행정관이 사표를 내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그러자 탁 행정관은 지난달 30일 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직 의사를 처음 밝힌 건 (4월) 평양 공연 이후”라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소회는 언젠가 밝힐 시간이 오리라 생각하지만 허리 디스크와 이명, 갑상선(갑상샘) 치료가 먼저다. 지나치게 많은 관심에 감사했다”고도 했다.

떠나겠다는 탁 행정관과, 보낼 수 없다는 청와대의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자 청와대 2인자인 임 실장이 직접 나섰다. 4월 탁 행정관의 사의를 반려한 임 실장은 이번에도 “가을에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등 중요한 행사가 많으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일을 해 달라. 첫눈이 오면 놓아주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1일 밝혔다.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공개 선언이다.

하지만 탁 행정관은 여전히 사의를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도 “간곡하게 만류한 것”이라면서도 “(탁 행정관이) 동의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공연기획자 출신인 탁 행정관은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2011년 문 대통령의 정치 데뷔 무대였던 북 콘서트를 기획한 최측근 중 한 명. 2016년 문 대통령의 히말라야 트레킹에도 동행했고, 대선 유세 기획을 총괄했다. 한 친문(친문재인) 인사는 “격의 없고 서민적인 문 대통령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것이 바로 탁 행정관”이라고 했다.

그러나 과거 출간한 책에서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을 해 야권의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았고, 대선 과정에서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청와대#탁현민 사의 만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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