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상 고창군수 당선자 “100년 군정 다져 영광의 고창시대 만들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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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지방선거 화제의 당선자 3인]


‘재선을 노리는 현직 단체장에게 도전하는 후보가 가장 무모한 사람이다.’

지역 정가에 회자되는 선거 관련 금언이다. 4년 임기 내내 예산과 인사권을 쥐고 지역을 누비는 현직 단체장의 재선에 맞서 이기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다.

유기상 전북 고창군수 당선자(62·민주평화당·사진)는 ‘무모한 도전’ 끝에 더불어민주당 현직 군수를 꺾었다. 1092표 차. 개표 막판까지 예측이 쉽지 않은 승부였다.

선거전이 시작될 때만 해도 민주당 공천을 받은 현직 군수가 무난하게 승리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성실성과 진정성으로 예상을 뒤엎는 역전극을 일궈냈다.

그는 2014년 지방선거에도 나섰다 쓴잔을 마셨다. 전북 익산시 부시장을 끝으로 공무원 정년을 2년 앞두고 명예퇴직한 뒤 민주당 경선에 나서려다 포기하고 무소속으로 나섰으나 후보 단일화의 관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 뒤 4년 동안 그가 고창의 전 지역을 돌며 닳아 없앤 운동화가 12켤레, 주민들의 목소리를 적은 수첩이 15권이었다. 논밭에서 만난 노인들의 말을 하염없이 들어주면서 하나하나 기록했다. 그의 인생이 끝없이 바닥을 다지며 한 칸 한 칸 올라간 입지전 그 자체였다.

그는 고창고 졸업 후 서울로 무작정 상경해 술집 웨이터와 우산 행상, 아이스크림 장수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안정된 직장을 찾아 1977년 9급 공무원으로 들어가 우체국에서 근무하다 군 제대 후 7급 시험에 합격해 노동부로 옮겼다. 공무원 생활을 계속하면서 1988년 행정고시(31회)에 합격해 고향 전북도청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이후 전주시 문화영상산업국장과 전북도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쳤다.

그사이 방송통신대를 졸업하고 일본 가고시마대 대학원에서 지방자치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전북대 사학과에서 ‘조선 후기 호남파 실학자의 풍수 인식과 풍수 생활’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전주한옥마을과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성공 뒤에 항상 그가 있을 만큼 역사와 문화 방면에 해박한 데다 친화력 있는 성품으로 위아래의 신망이 두터워 전북도 베스트 공무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유 당선인은 “인물과 정책이 돈과 조직을 이기는 선거 혁명이었다”며 “100년 갈 수 있는 군정의 기초를 다시 깔고 ‘영광의 대한민국 고창 시대’가 올 수 있도록 사람 키우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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