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시연했다는 2016년 10월… 드루킹 측근 “김경수 찾아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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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옥중편지’ 논란]옥중편지 내용 진위 공방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는 18일 공개된 ‘옥중 편지’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의 기존 해명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전 의원이 댓글 작업용 매크로 프로그램의 존재를 알았는지, ‘작업 목록’을 보고받았는지, 공직을 제안했는지 등 그동안 제기된 여러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황만 정리한 것으로 보이나 김 전 의원 접촉 상황이나 대화 내용, 전화 통화를 매우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다. A4용지 9장 분량의 편지는 김 씨 변호인이 구치소 접견 중 김 씨의 말을 받아 적은 것이다.

○ “경공모 회원들, 김 전 의원과 저녁식사”

김 전 의원이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출판사를 찾은 건 2016년 10월. 김 씨는 당시 김 전 의원에게 매크로 프로그램을 ‘브리핑’한 뒤 작동 모습을 보여줬고 댓글 작업 진행을 위한 허락까지 받았다는 주장이다. 이날 방문은 김 전 의원도 지난달 중순 기자회견에서 “2016년 가을께 사무실을 찾아가 회원들 7, 8명과 인사했다”며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해선 지난달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고 주장했다.

김 씨 최측근 A 씨도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1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당시 저녁 시간에 김 전 의원이 찾아왔다. 인사만 한 게 아니라 회원 10여 명과 함께 2층 식당에서 식사까지 했다. 꽤 오랜 시간 경공모 활동에 대해 대화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이날은 경공모 회원 모임이 열리는 날이었는데 김 전 의원이 찾아온다는 얘기를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식사 자리에는 출판사 사무실에서 숙식하던 김 씨의 최측근 박모 씨(30·닉네임 ‘서유기’ ‘인생2방’)와 우모 씨(32·‘둘리’), 양모 씨(34·‘솔본아르타’) 등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편지에서 시연 장면을 목격한 회원도 있어 김 전 의원이 발뺌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김 전 의원의 ‘허락’ 아래 댓글 작업이 진행됐고 그 결과는 비밀메신저 텔레그램 대화방을 통해 매일 김 전 의원에게 보고됐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김 전 의원은 이를 확인하고 종종 ‘베스트 댓글’이 되지 않은 이유도 물었다고 한다. 실제로 경찰 수사를 통해 지난해 4월 김 전 의원이 대선후보 TV 토론회 기사 인터넷접속주소(URL)를 보내며 ‘네이버 댓글은 원래 반응이 이런가요’라는 메시지를 김 씨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 “김 전 의원이 ‘특1급’ 먼저 제안”

김 씨는 대선 직후 도모 변호사의 ‘주일본 대사’ 추천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지만 김 전 의원은 “대통령과 면식이 없어서 곤란하다”며 거절했다고 한다. 얼마 뒤 김 전 의원은 보좌관 한모 씨를 통해 특1급 자리 추천을 제안했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당시 남은 특1급 자리는 주오사카 총영사뿐이라 자연스레 생각한 것일 뿐 김 씨가 먼저 그 자리를 요구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 씨는 본보 기자에게 “오사카 총영사 건은 김 전 의원과 김 씨가 이야기한 것이다. 나는 인사 청탁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28일 김 전 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오사카는 외교 경력이 풍부한 사람이 가야 한다니 센다이 총영사 자리는 어떤가?”라며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거절했고 올 2월 20일 국회 의원회관을 찾아가 김 전 의원과 다퉜다고 한다. 김 씨는 3월 17, 18일경 “그동안의 불법 활동을 3월 20일 언론에 털어놓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니 같은 달 21일 사무실 압수수색이 실시됐다고 주장했다.

김 씨의 옥중 편지 공개는 공범 박 씨의 진술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씨는 10일경 검찰 조사 때 베일에 싸여 있던 킹크랩을 자세히 설명하며 대선 전부터 댓글 작업이 이뤄졌다고 진술했다. 새로운 의혹에 입을 닫았던 김 씨는 공범의 결정적 진술 직후 갑자기 담당 검사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옥중 편지를 공개했다.

○ 검찰 “드루킹이 수사 축소 요구”

김 씨는 편지에서 “14일 다른 피고인 조사 때 모르는 검사가 들어와 ‘김경수와 관련된 진술은 빼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검찰은 14일에 다른 피고인을 조사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11일 검사와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리고 14일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검사와 약 50분간 면담했다. 이때 김 씨는 검사에게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인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해 검사님께 ‘폭탄 선물’을 드릴 테니 요구 조건을 들어 달라”고 했다. ‘폭탄 선물’로는 “김 전 의원의 범행 가담 사실을 증언해 검찰에 수사 실적을 올리게 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김 씨는 그 대가로 △본인과 경공모 회원에 대한 수사 확대와 추가 기소를 하지 말 것 △재판을 빨리 종결시켜 바로 석방되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검사는 “수사 축소는 불가능하니 경찰에서 사실대로 진술하라”며 거부했다. 면담 과정은 모두 녹화 및 녹음됐다. 검찰은 영상 공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조동주 djc@donga.com·허동준·김동혁 기자
#드루킹#여론조작#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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