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속살]쌍둥이 손주 봐도 맘 불편한 장병완 원내대표,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5월 16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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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그런 경사가 있던 날 그리 몰아세운 겨?” (정세균 국회의장)

16일 오전 정 의장의 한마디에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의 표정이 순간 무장 해제됐다. 조배숙 대표, 장 원내대표, 이용주 원내수석부대표 등 당 지도부가 드루킹 특검과 추가경정(추경) 예산안의 18일 처리에 반발해 정 의장을 항의 방문한 자리였다. 정 의장이 15일 “16일 오전 9시 반까지는 상임위 예산 심사를 끝내라”고 통지하자, 장 원내대표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장 원내대표는 15일 장남 내외가 쌍둥이(손자, 손녀)를 순산해 난생 처음으로 할아버지가 됐다. 이 소식을 들은 정 의장이 평화당 지도부의 ‘항의 방문’성 비공개 회동에서 축하 인사를 꺼내 분위기를 한결 누그러뜨린 것.

평화당 지도부의 표정도 그 순간만큼은 여유로워졌다. 임병식 국회 부대변인은 “긴장과 갈등 속에 협상이 이뤄지지만, 상호 간에 신뢰와 우애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정 의장 특유의 화법”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앞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전 원내대표가 지난달 말 손주를 본 데도 축하 메시지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정 속에도 평화당 사정은 녹록하지 않다. 장 원내대표는 “아직 손주 이름을 정하지 못했다”며 “18일 추경과 특검 동시 처리는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포기한 것이다. 우리의 진정성을 알아달라”고 거듭 호소했다. 장 원내대표는 “더욱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과 전야제를 앞둔 상황에서 실질적 추경안 심사는 더욱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평화당은 최근 추경안과 드루킹 특검을 18일 처리하는 데 대해 당이 똘똘 뭉쳐 반대하고 있다. 평화당 내에선 민주당에 ‘평화당 패싱’을 당했다는 심리가 드러난다. 꽉 막힌 원내 협상을 추경, 특검 ‘21일 동시처리’ 카드를 제시해 민주당에 원내 협상의 물꼬를 터 줬는데, 민주당이 한국당의 ‘18일 처리’ 제안을 덜컥 받으면서 배신했다는 것이다. 평화당 최경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18일 처리 카드를 지금이라도 재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평화당은 호남 민심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런 만큼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있는 당일에 추경이 이뤄지는 점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평화당 김정현 공보실장은 “18일 동시처리 추진에는 5·18 의식이 부족한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아쉽다”고 했다.

민주당에 ‘경고’를 날리는 목소리도 공연히 나오기 시작했다. 민주당의 ‘평화당 패싱’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것. 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우리 당과 아무 협의 없이 민주당이 신의를 져 버렸다. 평화당을 기만한 데 대해 사과를 해야 향후 국회 활동이 순탄할 것”이라며 민주당 지도부에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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