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교통 불편, 초대 민망” 김정은 ‘파격·솔직’화법에 깜짝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4월 27일 16시 01분


코멘트
27일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MDL) 넘어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언행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우선 차량이 아닌 판문각에서 직접 걸어 나온 것부터가 파격이었고, 특히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자 마자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잠시 월경을 한 것은 역사에 길이 남을 장면으로 꼽힌다.

이날 오전 MDL을 넘은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나는 언제쯤 북측으로 넘어갈 수 있냐"고 묻자 "지금 넘어갈까요"라며 문 대통령의 손을 이끌고 북측으로 잠시 넘어갔다가 돌아왔다.

이후에도 놀라운 장면은 계속 연출됐다. 북한군 수뇌부 2명이 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를 한 점, 남북 정상과 양측 수행원들이 다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던 점 등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다.

또 그 동안 베일에 가려있던 김 위원장의 솔직한 성격이 여러 화법을 통해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전통 의장대 행렬을 보면서 "오늘 보여드린 전통의장대는 약식이라 아쉽다.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가 있다"라고 말하자 "아, 그런가요. 대통령께서 초청해 주시면 언제라도 청와대에 가겠습니다"라고 즉각 화답했다.

이날 정상회담 전 모두발언에서는 "평양에서부터 냉면을 가져왔다. 대통령께서 멀리서 온 평양냉면을…"이라며 잠시 말을 끊더니 배석한 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을 보며 "아 멀다고 말하면 안되겠구나"라며 멋쩍게 웃었다.

특히 문 대통령이 "북측을 통해 꼭 백두산에 가보고 싶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께서 오시면 솔직히 걱정스러운 것이 우리 교통이 불비해서 불편을 드릴 것 같다"며 "평창 올림픽 갔다 온 분들이 말하는데, 평창 고속열차가 다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이런 환경에 있다가 북에 오면 참으로 민망스러울 수 있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도 준비해서 대통령께서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본인의 입으로 북한 시설은 낙후됐고, 남한 시설은 발전했다는 점을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의 시원한 성격으로 미뤄 이날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함께 기자회견을 하는 사상 초유의 모습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기대를 드러내고 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