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주의 날飛]3강 구도 된 대잠초계기 사업… 승자는 누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일 1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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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김 에어버스 코리아 디펜스 앤 스페이스 부문 영업 대표 단독 인터뷰

2016년 본격적으로 시작된 차기 대잠초계기 도입 사업은 숱한 우여곡절을 거쳤습니다. 특정 항공기업체의 특정 기종 수의계약설, 중고 기종 염가 도입설 등이 오락가락했습니다. 결국 지난해 한국국방연구원이 “경쟁입찰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내고서야 제대로 된 경쟁입찰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 해군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P-3 대잠초계기. 동아일보 DB
우리 해군이 현재 운용하고 있는 P-3 대잠초계기. 동아일보 DB


지난해부터 유력한 후보자로 부각됐던 기종이 바로 미국 보잉社의 ‘P-8A 포세이돈’과 스웨덴 사브의 ‘소드피시’였습니다. 적어도 2월까지는, 두 기종의 ‘양강’ 구도로 대잠초계기 사업이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차기 대잠초계기 도입 사업의 3강 후보. 왼쪽부터 에어버스 C295MPA, 사브 소드피시, 보잉 P-8
차기 대잠초계기 도입 사업의 3강 후보. 왼쪽부터 에어버스 C295MPA, 사브 소드피시, 보잉 P-8


하지만 올해 2월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에어쇼에서 에어버스社가 대잠초계기 사업 참여를 선언하면서 대잠초계기 사업은 3강 구도로 진행됐습니다. 중형 전술 수송기 C295를 개량한 C295MPA(Maritime Patrol Aircraft)가 포세이돈, 소드피시의 경쟁자입니다. 그 외 이스라엘항공청과 국내 업체 한백항공도 도전장을 냈습니다.

‘날飛’는 지난 달 말, 새로 차기 대잠초계기 사업 경쟁에 뛰어든 에어버스 코리아 디펜스 앤 스페이스 부문 영업 대표인 브라이언 김 대표를 만났습니다. 에어버스에서 대잠초계기 경쟁 입찰 참여를 발표한 후 그가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브라이언 김 에어버스 코리아 디펜스 앤 스페이스 부문 영업 대표
브라이언 김 에어버스 코리아 디펜스 앤 스페이스 부문 영업 대표

지난해 말 에어버스에 합류한 김 대표는 30년 넘게 항공기 제작업계에 종사한 전문가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재직할 때는 T-50 개발과 관리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에어버스에 오기 전에는 노스럽그루먼 코리아, 보잉 디펜스, 스페이스 앤 시큐리티 코리아의 고위 임원으로 수 년 동안 재직했습니다. 한국 항공시장의 사정과 최대 경쟁업체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정보통입니다.

김 대표는 “북한의 잠수함 도발 위협을 직면하고 있는 한국은 한 대라도 더 많은 해상초계기를 보유하고 한 번에 더 많이, 더 자주 날려서 작전 해역을 꼼꼼하게 감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환경에 가장 알맞은 대잠초계기가 C295MPA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C295MPA 참여는 국내 대잠초계 환경을 철저하게 분석한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C295MPA의 기반 기종인 수송기 C295. 우리나라도 여러 대 보유하고 있는 CN235의 길이를 늘리고 각종 전자장비를 업그레이드한 개량형입니다.
C295MPA의 기반 기종인 수송기 C295. 우리나라도 여러 대 보유하고 있는 CN235의 길이를 늘리고 각종 전자장비를 업그레이드한 개량형입니다.


김 대표의 이 말에는 C295MPA의 장단점이 모두 함축돼 있습니다. C295MPA는 약 70명이 탑승할 수 있는 중형 수송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대잠초계기입니다. 최대항속거리는 5750km, 최고속도는 시속 480km입니다. 경쟁 기종인 P-8은 홈페이지에 항공기 기술제원을 정확히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최대항속거리는 8300km 이상, 최고속도는 시속 900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인 ‘글로벌 6000’을 모델로 하는 사브의 ‘소드피시’는 최고시속 시속 830km, 최대항속거리는 9600km입니다. 에어버스 대잠초계기는 속도나 작전반경 모두 열세인 셈입니다.

3강 대잠초계기 후보 기종의 제원 비교. (ABC순) 자료 : 각 업체
3강 대잠초계기 후보 기종의 제원 비교. (ABC순) 자료 : 각 업체


에어버스는 한국 환경에서는 이 같은 단점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가 그리 넓지 않다는 겁니다. 실제 제주 남쪽 해안을 제외하고는 대양을 끼고 있지 않은 KADIZ는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거리가 약 1000km, 가장 먼 대각선 거리도 1300km 정도입니다.

한국 방공식별구역과 거리.
한국 방공식별구역과 거리.


물론 P-8은 같은 면적이어도 훨씬 더 오래 떠 있을 수 있겠죠. 에어버스는 이 같은 단점을 ‘가격’으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가격 면에서 다른 경쟁기종에 비해 최고 좋은 조건으로 제안할 수 있다”고 힘을 줬습니다. “같은 가격이라면 다른 기종보다 훨씬 많은 비행기를 납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 대표는 또 “C295MPA를 도입하면 기존에 한국이 보유한 P-3 16대와 함께 다른 기종 도입 대비 가장 많은 비행기를 동시에 띄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지비에도 자신이 있다는 말입니다.

에어버스 밀리터리 앤 디펜스 C295MPA
에어버스 밀리터리 앤 디펜스 C295MPA


‘최고 좋은 조건’이란 어느 정도일까요. 외국계 기업은 언론 인터뷰에서 직접적인 숫자를 언급하는 것을 꺼립니다. 그래서 C295MPA의 제안 가격을 묻는 ‘날飛’ 측의 집요한 질문에도 김 대표는 숫자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어렴풋이 추측해 볼 수는 있습니다. 2014년 에어버스는 영국의 대잠초계기 입찰 경쟁에서 “P-8이 가장 합리적이고 유일한 선택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깨고 싶다”며 C295MPA를 제안했습니다.

에어버스 밀리터리 영국 대표인 리처드 톰슨은 “영국 요구의 90%를 만족하는 사양에 가격은 절반, 유지비용은 20~25% 수준”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즉 에어버스의 경쟁 전략은 ‘비싸고 유지비도 많이 드는 비행기 한 대를 사서 띄울 돈으로 에어버스 비행기를 여러 대 사서 여러 대 띄우게 해 주겠다’는 것입니다.

영국 대잠초계기 도입 과정에서 에어버스가 P-8과 경쟁하며 비용 조건을 언급한 보도. 자료 : Aviation Week
영국 대잠초계기 도입 과정에서 에어버스가 P-8과 경쟁하며 비용 조건을 언급한 보도. 자료 : Aviation Week


가격 경쟁으로는 사브의 소드피시도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역시 정확한 가격 비교는 어렵지만, 소형 비즈니스제트기를 기반으로 하는 소드피시의 가격도 P-8과 비교하면 상당히 저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드피시는 크기만 작을 뿐 속도나 작전반경 등에서도 C295MPA보다 우위에 서 있습니다.

사브 ‘소드피시’
사브 ‘소드피시’


이 점에 있어 에어버스는 “자체 기술력이 집대성된 실증기”임을 강조합니다. 김 대표는 “C295MPA는 전자항법시스템(avionics)과 대잠초계기용 미션 시스템을 모두 에어버스가 직접 개발한 기술로 채웠고, 이미 브라질, 칠레 포르투갈 등 19개 국가 27개 운용기관이 145대를 실전 투입하고 있다”며 “이런 신뢰성은 한국 대잠초계기 사업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 일정을 준수하는 데 큰 역할을 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소드피시는 운용하고 있는 국가가 없습니다. P-8도 현재 운용하는 국가는 미국, 호주, 인도 등 3개국가가 유일합니다. 반면 C295MPA는 미국 해양경찰에서도 운용하고 있습니다. 입찰 경쟁국에서도 운용할 정도의 신뢰성은 C295MPA가 경쟁 기종과 비교할 때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자신감입니다.

경쟁 업체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김 대표의 발언에는 소드피시의 단점 두 가지를 지적하는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하나는 소드피시가 아직 실물이 개발되지 않은 기종이라는 점입니다. 또 하나는 소드피시가 여러 업체의 기술력을 모아 만드는 대잠초계기라는 점입니다. 대잠초계 미션 시스템은 스웨덴 사브의 기술이, 기체와 항법전자장비는 캐나다 봉바르디에의 기술이 쓰입니다.

물론 이런 점이 장점으로 작용할지 단점으로 작용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우선 방위산업청은 아직 개발이 안 된 초계기 후보로는 경쟁 입찰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국방위원회 일부 의원들은 지속적인 성능 개량이 이루어지는 군용 장비 특성을 감안하면 실물이 없다는 점이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공군이 과거 치렀던 차세대전투기 도입 사업에는 이 같은 입장이 모두 반영돼 있습니다. 1, 2차 차세대전투기 도입 사업 때 우리 공군이 F-15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실전 투입으로 검증된 신뢰성이었습니다. 하지만 3차 사업 때는 성능이 더 좋은 최신 기종이라는 이유로 돈을 더 들이고도 당시 아직 기체도 개발되지 않았던 F-35를 선택한 바 있습니다.


군사무기 도입 사업은 가격과 기술력 같은 수치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닙니다. P-8은 미국에서 만든 기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렴한 가격이나 유지비, 기술이전 같은 ‘서비스’가 없어도 가장 막강한 후보인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에서 “한국과 이야기할 방위시스템”으로 P-8을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P-8을 차기 대잠초계기로 도입할 것을 은근히 압박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P-8을 차기 대잠초계기로 도입할 것을 은근히 압박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에어버스는 ‘후발주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에어버스는 지난해 7월 C295MPA를 포항기지에 직접 가져와 관계자들에게 선보이고 시연비행을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보기엔 작년 11월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우주항공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P-8을 전시한 보잉이나 이 행사에서 차기 대잠초계기 입찰 참여를 선언한 사브보다 공식 발표나 움직임이 늦어보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사와 한국 상황 모두를 잘 아는 브라이언 김 대표가 이런 약점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까요. 한국의 차기 대잠초계기는 과연 무엇으로 결정될까요. 차기 대잠초계기 도입 사업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이원주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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