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장에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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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창립발기인으로 참여… 19대 의원때 ‘금융권 저승사자’
銀産분리 완화 등 반대… 대기업 개혁 드라이브 나설듯

문재인 대통령이 특혜 채용 의혹으로 사퇴한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 후임으로 30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제청을 받아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김기식 더미래연구소장(52)을 임명했다. 김 원장은 다음 달 2일 취임식을 열고 공식 임기를 시작한다.

1999년 금감원 출범 이후 시민단체·정치인 출신이 원장에 임명된 것은 처음이고, 민간 출신으로는 전임 최 원장에 이어 두 번째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나란히 참여연대 출신으로 개혁 성향이 강한 김 소장이 금감원장으로 임명되자 금융권과 기업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한 김 원장은 소액주주운동 등 대기업 개혁에 앞장섰다. 1994년 참여연대 창립 발기인으로 참여해 사무처장과 정책위원장을 역임했다.

김 원장은 2012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해 금융위와 금감원을 소관하는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며 ‘금융권의 저승사자’로 불렸다. 2016년부터는 더미래연구소장으로 문재인 정부 금융정책의 밑그림을 그렸다.

의원 시절 그는 재벌이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자사주를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2금융권까지 확대하는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도 통과시켰다. 은산분리 완화 등 금융사들이 원하는 법안은 강하게 반대했다.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김 원장이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함께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개혁이 첫 타깃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지난해 채용비리로 감사원 감사를 받은 데다 직전 수장이 특혜 채용 의혹으로 낙마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원장은 내부 개혁과 은행권 채용비리 조사 등 감독 업무를 병행해 나가야 한다. 김 원장은 최근 지인들에게 “금감원 본연의 감독과 검사 업무를 바로 세우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업그룹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원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 문제, 삼성그룹이나 현대자동차그룹 등 복합금융그룹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분야에서 확실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원칙론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원장은 최근 한 기고에서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는 정부가 과감히 손을 떼야 한다. 부실 기업이 연명하는 산업생태계가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문재인 정부#금감원장#참여연대#김기식#대기업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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