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범죄사실만 207쪽… 檢 “박근혜 혐의보다 가볍지 않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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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前대통령 영장 청구]소환조사 5일만에 영장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77)을 소환 조사한 지 5일 만인 19일 문무일 검찰총장이 구속영장 청구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을 조사한 지 6일 만에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이 영장 청구 결심을 한 것보다 하루가 빨랐다.

○ 1000쪽 넘는 영장과 의견서


검찰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적용한 혐의는 뇌물, 횡령, 조세포탈, 국고손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10여 개다.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는 범죄 사실과 범죄일람표를 포함해 A4 용지 207쪽에 이르고 구속 사유 의견서만 1000쪽이 넘는다. 의견서를 제외하더라도 지난해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때 영장 청구서(91쪽)와 비교해 두 배 이상 분량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의 법 위반과 관련해 “세는 방식에 따라, 같은 죄명에서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혐의 소명이 충분한 부분을 우선 포함시켰고 추가 수사가 필요한 부분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가운데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횡령이라는 두 가지 주요 범죄 혐의를 명시했다. 한때 최고 권력에 있었던 대통령으로서 신분을 망각한 채 재임 시절에 사익을 추구했다는 점을 구속영장에 못 박은 것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검사 송경호)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이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크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7억 원 △삼성전자가 대신 납부한 미국 다스 소송비 60억 원 △민간 영역에서 받은 36억5000만 원 등 3갈래로 파악했다.


검찰은 서울 도곡동 땅과 다스가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점도 영장에 적시했다.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선 국면에서 도곡동 땅 실소유 의혹 등에 대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펄쩍 뛰었지만 검찰 수사에서는 자기 땅을 판 돈으로 다스를 차명 소유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도곡동 땅 매각 대금 263억 원 가운데 이상은 다스 회장(85)에게 150억여 원이 갔고 이 가운데 일부 자금이 다스 지분 인수와 증자에 쓰여 이 회장이 최대 주주가 된다. 검찰 관계자는 “(다스) 설립 과정의 자금 조달, 회사 주요 의사결정 과정, 수익을 누가 받았고 이익을 누가 가져갔는지 등을 고려한 결과 다스는 이 전 대통령 소유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실소유주라는 판단 아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대통령은 김재수 전 로스앤젤레스 총영사와 청와대 관계자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다스의 BBK 투자금 140억 원 반환 소송을 돕도록 한 혐의가 있다는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재산관리인이자 처남인 김재정 씨가 2010년 2월 사망한 뒤 청와대 관계자를 통해 상속세 납부 방향을 검토하기도 했다.

○ 문무일 총장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

문 총장은 이날 오후 늦게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구속수사 방침을 보고했다. 박 장관은 문 총장에게 “전직 대통령의 범죄는 내란, 헌정질서 문란 등 소위 국사범이 아닌 이상 국격이나 대외 이미지 등을 고려할 때 불구속 수사와 재판이 바람직하지만 증거 인멸 가능성과 다른 피의자와의 형평성, 국민 법감정 등도 함께 고려해 검찰이 최종 판단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문 총장은 14일 이 전 대통령 소환 조사 이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 왔다.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된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되면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 수감되는 부담도 있었지만 문 총장은 영장 청구 결정을 했다. 문 총장은 구속영장 청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률가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결정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영장 청구 사실을 밝히면서 “일부 혐의에 대해선 종범이 구속돼 있고 범행의 최종적 지시자, 수혜자가 더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고 밝혔다.

정성택 neone@donga.com·김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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