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워싱턴? 트럼프 ‘실익 크다’ 판단땐 訪北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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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5월 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역사적인 첫 만남에 합의하면서 한반도가 ‘운명의 봄’을 맞게 됐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핵 폐기는 물론이고 6·25 종전 이후 64년간 이어져 온 한반도 체제는 그야말로 전혀 다른 격변의 시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의제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당분간 ‘살얼음판’ 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미 정상의 ‘원샷 타결’ 방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큰 이번 비핵화 시도가 좌초하면 한반도는 다시 한 번 걷잡을 수 없는 위기 국면을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의 목표가 아니라 첫걸음이란 말은 그래서 나온다.

○ 정상회담 평양서? 워싱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듣고 그 자리에서 “좋다. 만나겠다”고 수락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 수락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일가견이 있다”며 “김정은은 독특한 전체주의 체제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다. 결정권자의 초대를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 등 회담을 위한 디테일은 이제부터 정해야 한다. 북-미 간 실무 접촉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 시기는 ‘5월 안(by May)’이라고 돼 있다.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4월로 하자고 했다가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하자는 우리 측의 요청에 따라 바꾼 것이다. 그만큼 아직 구체적인 회담 일정은 정해진 게 없다.

정상회담이 어디서 열릴지도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김정은이 먼저 ‘초청’ 의사를 밝힌 만큼 평양에서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이날 백악관에선 정상회담을 미국에서 열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북한으로선 북-미 관계 정상화의 극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994, 2010, 2011년 세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으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2009년 억류된 여기자 석방 협의를 위해 평양을 찾았다. 하지만 이는 퇴임 후라서 현직인 트럼프와는 파장이 전혀 다르다. 이 때문에 판문점과 서울, 제주 등 한국에서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장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며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직접 평양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비핵화·북-미 수교 일괄타결 시도될 듯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다. 북한이 이미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핵무기 소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완성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국은 줄기차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을 강조해 왔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담 의제에 대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와 이에 대한 검증이라는 결과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1, 2차 북핵 위기 당시 비핵화 협상과 달리 정상회담이라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회담에선 북핵 폐기와 북-미 수교를 한꺼번에 논의하거나 주고받는 일괄타결이 시도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큰 목표를 놓고 회담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핵 폐기,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을 들고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대북 특사단에 “미국은 우리를 정상국가로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는 등 ‘셔틀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남북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큰 그림이 나오면 곧바로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이런 프로세스가 장밋빛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미 간 이견이 얼마든지 불거질 수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정하는 데) 몇 주가 걸릴 것”이라며 “김정은과는 만나서 대화를 나누려는 것이며 (구체적인 협상 등) 그 이상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신나리 기자
#트럼프#김정은#북미 정상회담#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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