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회장 묵었던 ‘고방산 초대소’ 제공… 靑 “고급 휴양시설, 환대 위해 준비한듯”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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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빈 묵는 백화원영빈관 대신 ‘별장’
공항 영접은 리선권-맹경일 나와… 김여정 맞이한 조명균과 격 맞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의 숙소는 ‘고방산 초대소’였다. 그동안 북한을 방문한 정부 당국자들이 주로 백화원 영빈관을 숙소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왜 이곳을 택했는지도 관심사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특사단 일행은 오후 3시 40분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 도착해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영접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이어 “대표단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는 고급 휴양시설로 북측의 영접인사, 경호, 숙소 준비상황 등으로 볼 때 북측이 남측 대표단 환대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대표단은 전해왔다”고 덧붙였다.

고방산 초대소는 행정구역상 평양시 삼석구역에 있는 북한의 귀빈용 휴양소. 대동강 5대 갑문 중 하나인 미림갑문으로 만들어진 인공호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이 휴양소는 주변에 건물이 없어 외부에 노출되지 않는 고급 별장이다. 지상 3층, 지하 1층으로 된 이 건물에는 숙박시설은 물론 연회장과 가라오케, 당구장 등 유흥 시설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외무성이 관리하고 있는 고방산 초대소는 주로 미국과 중국 귀빈 방문 때 사용됐다. 2013년 3박 4일 일정으로 방북했던 에릭 슈밋 구글 회장 일행이 묵어 화제가 됐다. 2008년에는 당시 류샤오밍(劉曉明) 북한 주재 중국대사 부부와 북한 외무성 간부들이 이곳에서 신년모임을 갖기도 했다.

당초 특사단의 숙소로 거론됐던 백화원 영빈관은 2000년과 2007년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장소다. 2002년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임동원 당시 외교안보통일특보가 김정일을 만난 곳도 백화원 영빈관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북한이 실무형으로 꾸려진 이번 특사단을 국빈급으로 예우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물론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1970년대 지어진 고방산 초대소는 김정일이 폐쇄했다가 김정은 집권 후 다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사단에 대한 북한 측의 영접 인사들도 관심이다. 김 대변인은 “특사단이 리현 통일전선부 실장의 기내 영접을 받았으며 공항에서는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이 마중 나와 영접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9일 김정은의 특사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방한 당시 한국 정부의 영접과 격을 맞춘 의전이다. 김여정 방한 당시 정부에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공항에서 영접했으며 남관표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기내 영접에 나섰다.

특사단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서는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카운터파트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대표단을 영접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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