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홍준표 체제 무너뜨릴 것”… 홍준표 “노욕-노추 보이지 말고 떠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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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당 권유’ 징계 싸고 정면충돌

서청원 의원(왼쪽 사진)이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고 성완종 전 의원 사건과 관련한 홍준표 대표의 협조 요청 사실을 공개하며 홍 
대표 퇴진을 요구했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이 있으면 공개하라”고 받아쳤다. 홍 대표 사진은 
20일 ‘노인의 날’ 기념식 때 모습.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서청원 의원(왼쪽 사진)이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고 성완종 전 의원 사건과 관련한 홍준표 대표의 협조 요청 사실을 공개하며 홍 대표 퇴진을 요구했다. 홍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이 있으면 공개하라”고 받아쳤다. 홍 대표 사진은 20일 ‘노인의 날’ 기념식 때 모습.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한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의 ‘탈당 권유’ 징계 결정에 서 의원 등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한국당이 극심한 내홍으로 빠져들고 있다. 서 의원이 “홍준표 대표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 앞장서겠다”며 홍 대표의 ‘성완종 게이트’ 연루 의혹을 건드리자 홍 대표는 “폐수를 깨끗한 물과 함께 둘 수 없다”고 응수하는 등 서로 진검(眞劍)을 들이댔다.

○ “혹세무민” vs “폐수”…이전투구

서 의원은 22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알량한 법지식을 활용해 혹세무민하고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징계의 칼을 휘두르고 있다”며 “당과 나라를 위해 홍준표 체제는 종식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대법원의 최종심을 기다리는 상황 자체가 야당 대표로서 결격 사유”라며 “고 성완종 전 의원 검찰수사 과정에서 홍 대표가 나에게 협조를 요청한 일이 있다”고 주장했다. ‘성완종 게이트’ 사건이라는 홍 대표의 아킬레스건을 겨냥한 것이다.


홍 대표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건 수사 당시 2015년 4월 18일 오후 서 의원에게 전화를 해 ‘나에게 돈을 주었다는 윤모 씨는 서 대표 사람 아니냐? 그런데 왜 나를 물고 들어가느냐? 자제시켜라’라고 요청한 일이 있다”며 “그 이후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서 의원과 만난 일이나 전화 통화한 일이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협박만 하지 말고 녹취록이 있다면 공개해서 내가 회유를 했는지 아니면 거짓 증언하지 말라고 요구했는지 판단을 받아보자”고 제안했다.

서 의원은 “(홍 대표가 공개한 내용은) 진실이 아니다”라고 재반박했다. 홍 대표의 언급처럼 관련자의 발언 자제가 아니라 진술을 회유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서 의원은 홍 대표와의 통화기록 및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하거나 관련 내용을 직접 공개하는 등 향후 대응 수위를 변호사와 상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막말만 있고, 정치는 실종”…장기전 가능성

홍 대표는 서 의원을 향해 “노욕에 노추(老醜)로 비난받지 말고 노정객답게 의연하게 책임지고 당을 떠나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그는 전날 최 의원을 향해 “이제 와서 출당에 저항하는 것은 참으로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두 의원의 탈당을 권한 당 혁신위원회도 이날 밤 기자회견을 열고 서, 최 의원이 윤리위의 결정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면서 “두 의원의 해당 행위에 동조하여 경거망동하는 세력이 있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박계의 반발을 조기 제압해야 하는 홍 대표는 23∼27일 전술핵 재배치 외교를 위한 미국 방문이 끝나는 대로 제명 절차를 밟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현역 의원을 제명하기 위해서는 의원총회에서 재적 의원(107명)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당내에서는 “동료 의원 제명을 어떻게 공개적으로 찬성을 하겠느냐”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섣불리 의총을 소집했다가 부결되면 홍 대표만 치명상을 입기 때문에 연말까지 당내 여론을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서 의원이 홍 대표 퇴진을 위한 세 규합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역풍 우려도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단체행동에 동참하는 수가 많지 않을 수 있다”면서 “한국당에 정치가 실종됐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자유한국당#탈당#홍준표#서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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