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B, 東에서 西로 한반도 가로질러… 中 코앞서 北타격 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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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인근 시위 17일만에 재출격… NLL 이남서 한국 F-15K가 엄호
김정은 집무실 등 40여곳 동시 겨냥… 北, 이번에도 아무런 대응 없어
바다에선 美핵잠수함 릴레이 시위… 투손-미시간함 각각 진해-부산에

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10일 오후 9시 반경 경북 포항 동쪽 공해상.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밤바다 위로 새 형상의 거대한 기체 2대가 나란히 모습을 드러냈다. 괌 앤더슨 기지에서 발진한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 공군의 B-1B 초음속 전략폭격기 편대였다. 지난달 23일 밤부터 24일 새벽 사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까지 날아가 대북 무력시위를 벌인 지 17일 만에 야간에 재출격한 것이다.

B-1B 편대는 양 날개와 꼬리 끝의 비컨 램프(위치식별등)를 깜박이며 고도와 속도를 높인 뒤 곧장 북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그 옆으로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한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 2대가 엄호 비행을 했다. 북한 전투기의 출격 위협에 대비한 조치였다. B-1B와 F-15K 조종사들은 비행 내내 무선교신 등으로 훈련 리스트를 점검했다. 20여 분 뒤 강릉 인근 공해상에 도착한 B-1B는 일사불란하게 가상 타격훈련에 돌입했다. 장거리 공대지미사일(AGB-158·JASSM·사거리 370km)을 쏴 북한의 주요 표적을 동시 타격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풍계리 핵실험장과 함남 신포의 잠수함 기지, 강원 원산의 이동식발사차량(TEL) 기지 등 20여 곳을 정밀 타격하는 절차를 점검했다”고 말했다.


이어 B-1B 편대는 강원도와 경기도 내륙을 가로질러 서해 상공으로 이동해 같은 훈련을 실시한 뒤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평양의 김정은 집무실과 영변 핵시설, 평양 인근의 산음동 병기공장(탄도미사일, 방사포 제조시설) 등 20여 곳에 대한 가상 타격훈련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B-1B는 최대 24발의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한다. 2대만으로 50여 곳에 가까운 북한의 핵심 표적을 순식간에 제거할 수 있다.

이번 B-1B의 출격 전후로 북한군의 특이 동향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투기의 대응 출격이나 지대공 감시 레이더의 가동 징후 등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초고강도 대북 무력시위와 달리 이번에는 NLL 이남 상공에서 훈련이 이뤄져 북한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그동안 낮 시간대 공개적 무력시위에서 야간의 기습 전개로 B-1B의 출격 양상이 바뀌어 북한 지휘부가 받는 심리적 압박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늘에서 B-1B 편대가 대북 무력시위를 펼친 데 이어 해상에선 미 핵잠수함이 한반도에 연이어 투입되고 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로스앤젤레스급 공격용 핵추진잠수함인 투손(Tucson·6900t급)이 7일 경남 진해항으로 입항했다 11일 떠났다고 이날 공개했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투손이 최고의 스텔스 기능을 갖춘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잠수함이라고 설명했다. 대잠전, 대함전, 정찰 등의 다양한 작전을 수행할 수 있고,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하는 수직발사관이 12개에 이른다.

투손에 이어 14일에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오하이오급 핵추진잠수함인 미시간함(1만8000t급)이 부산항에 입항한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 중 하나로 토마호크 미사일 150여 기를 장착할 수 있다. 군 관계자는 “핵잠수함 두 척이 연이어 한반도에 투입되는 것도, 이런 사실이 대대적으로 공개되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b-1b#훈련#대북 무력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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