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법 폐지, 금태섭 “정말 미성년자를 사형시키는 나라 만들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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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9월 7일 16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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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정치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소년법 폐지 혹은 개정'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금 의원은 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미성년자가 저지른 끔찍한 사건들이 보도가 되면서 그 대책으로 소년법 개정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법안의 형식은 다양하지만, 그 핵심적인 내용은 18세 미만의 소년이라고 하더라도 중한 범죄를 저지르면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금 의원은 "우리나라 소년법 제59조는 범죄를 저지를 당시에 18세 미만의 소년은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징역 15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강력범죄를 저질렀을 경우에는 징역 20년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즉 우리나라에서는 18세 미만의 소년이 아무리 중한 범죄를 저질러도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받지는 않는다. 최고 한도가 징역 20년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선진국이 마찬가지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나오고 있는 개정안들은 이 조항을 폐지하고 18세 미만의 소년의 경우에도 사형이나 무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금 의원은 "엄벌주의(범죄에 대해서 형량을 올리는 것)가 과연 효과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일반적인 비판을 떠나서 이런 식의 논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해두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선 미성년자를 사형에 처하는 법률을 실제로 만드는 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다. 대한민국이 그동안 비준한 각종 인권 관련 국제조약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만약 만들어진다면 위헌 결정을 받을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봤다.

그러면서 "선진국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18세 미만 미성년자에 대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던 나라가 미국이었는데(이것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비난을 엄청 받았었다), 미국마저도 2005년 연방대법원이 18세 미만자에 대한 사형을 위헌으로 선언하면서 금지시켰다"고 설명했다.

금 의원은 "문제는 이런 식의 실현가능성도 없고 효과도 극히 의문인 대책을 쏟아내면, 실제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힘이 들더라도 추진해봐야 하는 실효성 있는 대책에 대한 논의가 주목을 받기 힘들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예전에 끔찍한 아동성폭행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던 때의 논의 구조와 놀랄 만큼 똑같다"고 강조했다.

금 의원은 "사건만 벌어지면 형을 대폭 올리자는 주장이 바로 나온다. 그런 식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얘기를 하면, 당장 끔찍한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놈들을 가볍게 처벌하자는 말이냐는 비난이 날라온다"며 "그러다 보면 결국 모든 사람이 형량을 올리자는 얘기나 하게 되고 진짜 대책은 찾지 못한 채 논의는 흐지부지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다가 몇 년 후 다시 또 끔찍한 범죄가 발생해서 국민적 분노가 일어나면 다시 형량을 또 올린다. 이게 말이 되는가"라고 덧붙였다.

금 의원은 "아동성폭행범이나 흉포한 소년범죄는 어떻게 해서든지 막아야 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해결책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며 "아동성폭행범은 재범의 확률이 극히 높고, 나이 어린 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는 동기는 어른들과 매우 달라서 법이나 형벌에 대한 반응을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때문에 이런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실제로 현장에서 가해자들과 피해자들을 다뤄본 전문가들의 얘기를 듣고 많은 자원(=예산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효과를 보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금 의원은 "형량을 대폭 올리는 법안을 내는 일은 돈이나 인력의 투입이 전혀 필요 없으면서도 마치 무언가를 한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라며 "흉악한 범죄자를 강력하게 처벌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뉴스는 언론에서도 크게 다뤄진다. 그러나 문제는, 법안이 하나 나왔을 뿐 실제로 효과 있는 대책이 생겨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소년 범죄가 흉포해지고 심각해지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공통된 문제이고 이에 적극 대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다만 꼭 한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전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엄벌주의를 내세워 진짜 논의가 묻혀버리게 만드는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것을 다 떠나서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말로 미성년자를 사형시키는 나라를 만들고 싶은가. 진심으로 실망스럽다"고 마무리했다.

김소정 동아닷컴 기자 toy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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