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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콕 집어 말하기엔…” 모호한 ‘레드라인’

입력 2017-07-06 03:00업데이트 2017-07-0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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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핵탄두 소형화? ICBM?
한미, 금지선 명확히 정의 안해… “모호해야 오히려 억지력 커” 분석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언급한 ‘레드라인(금지선)’이란 용어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마다 각국 정상들이 대북 강경 메시지를 내놓으며 단골로 사용하는 ‘레토릭’이다. 레드라인을 넘어서면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4월 28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후 5월 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레드라인을 긋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행동해야 한다면 행동하겠다”고 북한에 경고장을 보냈다.

하지만 북한이 넘어서는 안 될 레드라인의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호하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나 핵탄두 소형화 성공,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이 레드라인의 조건으로 거론되지만 정작 한미 당국은 이를 명확히 정의한 바 없다.


ICBM 발사가 현실화되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5일 “(레드라인의 기준을) 콕 집어 얘기하긴 어렵지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단계까지 가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직 핵무기와 ICBM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모호한 레드라인이 일종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레드라인의 맹점은 설정하는 순간 힘을 잃는다는 것”이라며 “한계가 모호할 때 오히려 그 억제력이 크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레드라인을 한번 그으면 한계선을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하기 때문에 수사적으로만 강조하는 게 전략적으로 낫다는 얘기다.

또 레드라인을 분명히 하면 ‘설정된 한계 외의 방식이나 설정된 한계 전까지는 무력도발을 해도 무방하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은 재임 중 “(시리아 정권이) 화학무기를 움직이거나 화학무기가 사용되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설정했지만 선을 넘은 시리아 정권에 보복 공습을 감행하지 않아 오히려 역풍을 맞은 전례가 있다. 한 외교 관계자는 “‘화학무기 사용을 금지하면 재래식 무기 사용은 용인하는 것이냐’와 같이 역으로 빌미를 주는 레드라인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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