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부 5처 16청→18부 5처 17청 체제로… 정부조직 개편안 확정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6일 03시 00분


FTA재협상 대비 통상기능 산업부 유지
미래부 회생… 차관급 한자리 되레 늘어


정부와 여당이 5일 발표한 조직 개편안에서 눈길을 끄는 부분은 통상교섭 기능의 현 상태 유지 결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공약과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인 4월 27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통상 부문을 산업자원부로 보낸 것이 통상외교를 약화한 요인이 됐기 때문에 이를 외교부로 복원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정기획자문위원회 및 당정청 논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통상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남겨두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여당은 최소한의 조직 개편으로 국정 연속성 유지에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의 지나친 위상 하락이 경제정책을 펴 나가는 데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박광온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통상 등의 기능을 이관하면 산업부 자체에 남는 게 굉장히 왜소해지고 연쇄적으로 조직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 굵직한 통상 현안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작용했다. 새 정부의 통상교섭본부장은 차관급이지만 대외적으로 통상장관 지위를 부여받고 국무회의에도 배석한다.

일각에서는 조직 축소를 막겠다는 산업부의 설득 작전이 먹혀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산업부 예산은 7조2755억 원에 달하는데 자유무역지역 조성, 지역특성화산업, 국가산업단지 등 지역에 나랏돈을 직접 지원하는 사업이 많다. 예산 편성권은 기획재정부에 있지만 예산 한 푼이 아쉬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는 사업을 만들어 예산을 신청하는 실무 부처를 무시할 수 없다. 산업부는 이런 부분을 파고들며 정치권에 산업 정책의 중요성과 통상 기능 존치 필요성 등을 집중적으로 홍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정부 핵심 부처로 폐지설이 돌던 미래창조과학부는 되레 몸집을 불리고 기능이 강화됐다. 과학기술혁신본부 신설로 차관급 자리가 하나 더 늘어났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과학기술 정책을 총괄하고 연구개발(R&D) 사업의 예산 심의조정과 성과평가를 전담한다. 연간 19조 원 규모의 R&D 예비타당성 조사 권한을 기획재정부에서 가져와 예산 편성권이나 다름없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신설되는 중소벤처기업부는 장차관, 3실, 1국 체제로 꾸려진다. 중소기업청 본래 업무에 산업부의 산업지원 업무 일부와 미래부의 창업지원 기능, 금융위원회의 기술보증기금 관리 기능이 중소기업부로 이관된다. 하지만 중소기업청이 기존에 맡던 중견기업 정책 기능이 산업부로 이관되고 산업정책 전반도 산업부에 남게 돼 기대보다는 조직 규모가 커지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대로라면 산업정책이 대기업 위주로 갈 수 있어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야당은 청와대가 발표한 정부 조직 개편안에 “야당과 상의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일제히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을 개정하려면 국회와 상의해야 하지만 여당하고만 교류하고 야당과는 소통이 전혀 없었다”며 “정부가 보여주기식 ‘쇼(show)통’을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국민의당 김유정 대변인도 “개헌 전 정부조직 개편이 최소한의 수준에서 이뤄진 것은 환영하지만 야당과의 협치 없는 일방적 발표는 ‘야당은 무조건 따라오라’란 오만함에서 나온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 최고야 기자
#조직개편#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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