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선거와 현실의 무게 달라”… 野 “취임 보름만에 국민 기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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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인사원칙 위배 양해해달라”… 암초 만난 문재인 정부 내각 구성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오전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등과 2시간가량 티타임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매일 오전 9시 10분경 임 비서실장을 포함한 참모들과 회의를 겸한 티타임을 갖는데, 이날은 ‘5대 비리 관련자 인사 배제’ 위배 논란에 대한 대응책을 상의하느라 평소보다 시간이 길어졌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국민 여러분에게 죄송하다”는 메시지를 직접 발표했다. 야권의 반발로 인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준 지연 등이 예상되자 이 문제를 더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임 비서실장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야권은 “안 하느니만 못한 발표”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 부메랑이 된 ‘5대 비리 인사 배제’

당초 청와대는 이날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인선을 발표하려고 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끝났고, 장관 후속 인선을 더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5대 비리 인사 배제 논란이 불거지면서 인선 발표 대신 논란에 대해 양해를 구하는 것을 택했다.

임 비서실장은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모두 다르듯 관련 사안도 들여다보면 성격이 다르다”며 “문재인 정부도 현실의 제약 안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막상 인선을 해 보니 5대 비리 배제 원칙을 엄격하게 들이댈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공약 파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공약의 취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5대 비리 배제를 이야기한 것도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소지가 있는 내용은 엄격하게 다루겠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5대 비리 인사 배제의 기준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마련해주길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사과’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이 관계자는 ‘정확하게 국민께는 사과, 야당에는 양해 요구냐’는 질문에 “송구한 마음과 함께 넓은 이해를 구한다”고만 답했다. 이어 “(사과라는 해석은) 언론마다 다르게 받아들이지 않겠느냐”며 “문재인 정부 역시 인사를 하면서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는 점을 솔직히 고백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비서실장은 이날 5대 비리와 관련된 인사의 인선 기준에 대해 심각성, 의도성, 반복성 등을 꼽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5대 비리가 전혀 없는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요인도 고려됐다”고 전했다.

○ 野 반발, 보고서 채택도 불발

야권은 ‘궤변’이라며 반발했다. 국민의당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빵 한 조각, 닭 한 마리에 얽힌 사연’이 어떻게 다른지를 판단하는 주체는 국민”이라고 되받았다. 이어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시한 5대 비리 배제 원칙은 캠페인용 공약이었음을 인정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도 “선거용 인사 원칙과 청와대용 인사 원칙이 따로 있다는 말이냐”고 성토했다.

야당의 반발로 이날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도 무산됐다. 자유한국당 청문특위 간사인 경대수 의원은 “첫 청문회에서부터 위장전입 등을 묵과하면 이어질 다른 청문회에서 이를 문제 삼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임 비서실장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은 “진정성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보고서 채택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의당도 일단 반대 입장을 밝혔다. 보고서 채택을 결정하는 청문특위는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이 각각 5명, 국민의당 2명, 바른정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당이 ‘부적격’ 입장을 고집해도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적격’ 판정을 내리면 과반수로 채택이 가능하다. 본회의 최종 인준도 한국당(107석)이 모두 반대해도 민주당(120석)과 국민의당(40석)을 더하면 재적 의원 과반수로 통과가 가능하다.

○ 靑, 여론추이 보며 추가 인선 준비

청와대는 여론의 추이를 살피며 이 후보자 인준에 대해 야당의 협조를 위한 물밑 작업도 시작하려는 기류다. 이와 함께 임 비서실장의 입장 표명으로 5대 비리 인사 배제 원칙을 재정비했다고 보고 후속 인선도 준비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결정적 흠결이 있는 인사는 당연히 임명하지 않겠지만, 국민들이 양해해주실 수 있는 문제라면 인선과 함께 관련 사실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인선을 더는 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 기자
#문재인 정부#인사#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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