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박근혜 前대통령 수입잠옷-주스까지 자기돈으로 사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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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최순실 운전기사 진술조서 공개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 재직 당시 잠옷과 화장품, 음료수 등을 최순실 씨(61·구속 기소)가 자신의 돈으로 사서 박 전 대통령에게 공급했다는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 공판에서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최 씨의 운전기사 방모 씨의 진술조서를 공개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방 씨는 2004년부터 최 씨가 운영하는 얀슨에서 운전과 건물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조서에 따르면 방 씨는 최 씨가 독일로 도피했던 지난해 9∼10월 청와대 이영선 경호관(39), 윤전추 행정관(38)과 70여 차례 통화했다. 방 씨는 통화 이유에 대해 “최 씨가 독일에서 전화로 ‘박 전 대통령에게 잠옷과 화장품, 주기적으로 드시는 주스와 옷가지, 명절 선물 등을 전달하라’고 시켜서 연락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최 씨는 독일로 도피하기 전에도 화장품이나 옷가지를 구입해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된 화장품은 최 씨나 얀슨 직원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에서 최 씨 카드로 샀다. 잠옷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강쇼핑센터 지하의 수입품 매장에서 최 씨가 직접 구입했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전달한 물품 중에는 수입 과일주스인 ‘모나비 주스’도 있었다. 이 주스는 미국 다단계 판매업체 모나비 제품이다. 모나비의 한국 지사였던 모나비코리아는 2016년 폐업했다.

방 씨는 “우리 사무실에서 (모나비 주스를) 주기적으로 구입해 최 씨도 마시고, 대통령에게도 보냈다”고 말했다. 또 잠옷과 주스 구입 대금은 “최 씨가 자신의 돈으로 지불했다”고 진술했다. 공판에서 최 씨 측은 “잠옷과 주스 대금을 최 씨가 냈다는 것은 방 씨의 추측”이라고 반박했다.

방 씨는 또 “지난해 10월 말 (최 씨 딸 정유라 씨 명의 아파트) 브라운스톤에 갖다 놓았던 최 씨의 PC를 쇠망치로 때려서 파손했다”고 진술했다. 최 씨가 “집에 있는 컴퓨터를 없애야 하니 처리해 달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다는 것이다. 방 씨는 “파손한 PC를 집 밖에 내놨는데 누군가 가져갔는지 사라졌다”고 말했다.

방 씨가 특검에서 조사를 받은 직후 이 경호관이 방 씨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실도 공개됐다. 방 씨는 “이 경호관이 전화로 ‘특검에서 어떤 내용을 이야기했느냐’고 물어봐 ‘우리 통화 내용을 주로 진술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 경호관은 또 방 씨에게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이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최 씨와 고영태 씨(41·구속 기소)가 내연관계로 보였다’고 한 기사를 봤냐. 그 내용을 알고 있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방 씨는 “‘고 씨를 모르고 둘이 함께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어 잘 모른다’고 대답했다”고 진술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최순실#박근혜#진술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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