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구속된날 대선후보로… “보수우파 대통합” 깃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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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한국당 후보 확정

“감사합니다” 31일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후보 수락 
연설을 한 뒤 당원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큰절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경선 경쟁자였던 김진태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인제
 전 최고위원. 사진공동취재단
“감사합니다” 31일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후보 수락 연설을 한 뒤 당원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큰절을 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경선 경쟁자였던 김진태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인제 전 최고위원. 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31일, 공교롭게도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경남도지사를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 5년 3개월 전인 2011년 12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홍 지사가 대표직에서 사실상 끌려 내려올 때 ‘구원등판’해 2012년 대선까지 직행했던 게 박 전 대통령이었다. 당 안팎에선 “‘묘한 인연’의 반복”이라는 말이 나왔다.

홍 지사는 이날 “(대선이 열리는) 5월 9일까지는 내가 대장이다”라며 ‘홍준표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의 앞길엔 험난한 본선 레이스가 기다리고 있다. 당장 박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온 그는 ‘태극기 민심’을 끌어와야 한다. 그러면서도 탄핵 정국을 주도한 바른정당과의 연대도 모색해야 한다. ‘중도·보수 표심’이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게 쏠리지 않도록 견제해야 하는 동시에 안 전 대표와의 최종 후보 단일화 문도 완전히 닫을 순 없다. 이런 이중 딜레마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면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

○ ‘집토끼 관리’가 1차 과제


홍 지사는 후보 수락 연설에서 “여야 정당 사상 처음으로 계파 없이 독고다이(‘특공대’라는 일본말로 홀로 싸운다는 의미)로 대통령 후보가 된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했다. 문제는 ‘독고다이’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점이다. 홍 지사가 이날 ‘보수우파 대통합’을 들고 나온 이유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이중 처벌을 당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제 국민들도 박 전 대통령을 용서할 때”라며 ‘태극기 민심’에 구애를 보냈다. 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붙으면 10분 내로 제압할 자신이 있다”며 “이제 부끄러워 말자.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산업화를 이룬 이 당이 이 나라의 중심”이라고 ‘샤이 보수’를 겨냥했다.

이번 경선에서 ‘태극기 전사’로 2위를 한 김진태 의원을 두고는 ‘후생가외(後生可畏·젊은 후학들을 두려워할 만하다)’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3월 28, 29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김 의원이 경선에서 탈락할 경우 김 의원 지지자의 42.2%만 홍 지사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우파 스트롱맨’을 자처하는 홍 지사가 강경 보수 표심을 온전히 끌어오지 못한다면 선거 전략은 모두 헝클어질 수 있다.

홍 지사는 1일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을 모두 소집해 첫 회의를 주재한다. 당내 화합이 대통합의 출발이라고 본 것이다. 특히 홍 지사는 2012년 19대 총선 낙선 이후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둬 한국당 전체 93명 중 71명(76%)인 초·재선 의원들과 친분이 두텁지 않다.

○ 홍 지사도 ‘일단 자강론’

‘태극기 민심’을 다 끌어온다고 해도 보수 진영이 둘로 쪼개져 있으면 승부는 뻔하다. 바른정당과의 연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이다. 홍 지사는 이날 “박 전 대통령이 구속되면서 탄핵 정국은 끝났다. 원인(탄핵)이 없어졌으니 바른정당이 큰집으로 돌아오는 게 맞다. 문을 열어놓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의 후보 단일화를 두고도 “우리한테 들어오는 게 맞다”고 거듭 강조했다. 사실상의 ‘흡수통합’을 제안한 셈이다.

바른정당이 수용할 수 없는 카드를 던진 건 일단 ‘태극기 민심’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과의 초반 기 싸움 성격도 짙다. 하지만 홍 지사는 여러 차례 4자 구도(진보 2명, 중도 1명, 보수 1명)를 강조해 특정 시점이 되면 바른정당과의 연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유 의원과 만날 때가 되면 만나겠다. 회피하지 않는다”고 했다.

홍 지사가 국민의당 안 전 대표를 ‘얼치기 좌파’로 깎아내린 뒤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는 “어렵다”고 잘라 말한 것도 1차 연대 대상은 바른정당임을 분명히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안 전 대표까지를 좌파로 규정해 ‘홍준표 대 나머지 좌파 세력’의 대결 프레임을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도 읽힌다.

하지만 안 전 대표가 ‘반(反)문재인 표심’을 계속 끌어당긴다면 결국 홍 지사도 안 전 대표와의 연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 지사는 “여론조사로 단일화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후보 단일화는 정치 협상으로 하는 것이다. 기회가 있으면 한번 보겠다”고 말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송찬욱 기자
#홍준표#자유한국당#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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