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범 측 “업무수첩 증거채택 반대”… 뇌물죄 의식 입장 바꾼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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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2차 공판서 증거능력 논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부터 기업체 모금까지 깊숙이 관여했고, 이후 개입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한 정황 증거가 11일 법정에서 대거 공개됐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 씨 등의 2차 공판에서 검찰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강요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 씨 등의 혐의를 뒷받침할 관계자들의 진술과 통신 자료 등을 증거로 제시했다.
○ “재단 설립부터 증거 인멸까지 조직적 개입”

 검찰이 이날 공판에서 공개한 안 전 수석과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의 지난해 10월 13일 통화 내용에서는 안 전 수석이 최 씨 등과 양 재단의 설립, 운영과 해산까지 전 과정을 주도하며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통화 내용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정 이사장에게 “양 재단의 효율적 운영과 야당의 문제 제기 때문에 재단을 해산하고 통폐합할 예정이니 협조해 달라. 통합하면 직원들을 고용 승계할 것이고 이런 내용은 대통령에게도 보고하고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도 최 여사(최순실 씨)에게 이미 말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이 미르재단 운영에 개입한 정황도 공개됐다. 검찰이 공개한 진술조서에 따르면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은 “차은택 씨가 지난해 3월 말 전화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에 대해 조사를 했다”고 진술했다.

 안 전 수석 등이 관계자들의 ‘증거 인멸’을 지휘한 정황도 드러났다. 조서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은 “차은택이 전화를 해서 ‘전경련이 추천했다고 언론에 말해야 한다’고 했다. 안 전 수석 역시 재단 이사진 선임을 내가 했다고 했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전화했다”며 “(안 전 수석 측이) 통화 기록을 조심하라는 말에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해 휴대전화를 공장 초기화했다”고 진술했다.
○ ‘안종범 업무수첩’ 증거능력 논란

 안 전 수석은 이날 공판에서 자신이 직접 작성한 17권의 업무수첩 사본을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업무수첩은 검찰이 안 전 수석 본인이 아니라 김모 보좌관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에 대한 영장으로 압수했기 때문에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자필로 기재한 증거도 거부하는 초유의 상황”이라며 “어떻게든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거가 법정에 제출되는 것을 막고, 그것이 헌법재판소로 가는 것도 막으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 “(업무수첩은) 대통령의 지시를 그대로 받아 적은 것”이라고 진술해 온 안 전 수석이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특검이 박 대통령과 최 씨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려는 움직임과 연관돼 있다.

 특검이 삼성전자의 최 씨 모녀에 대한 70억 원 지원을 뇌물로 보고 그 과정에 개입한 박 대통령에게도 뇌물 혐의를 적용하면, 안 전 수석은 뇌물죄의 공범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 안 전 수석은 뇌물의 중간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따라서 안 전 수석은 형량이 높은 뇌물죄를 피하기 위해 업무수첩 사본의 증거 채택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낮지만 만약 안 전 수석의 수첩이 재판에서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경우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탄핵심판에서도 박 대통령의 뇌물 의혹이 중요한 쟁점이기 때문이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김지현 기자
#안종범#뇌물죄#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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