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 다녀왔습니다”…해군 출·입항때마다 마중 나온 여성의 정체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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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1함대사령부(강원 동해시)에는 수병들의 '누나'가 있다. 수병들은 해군 함정을 타고 출동을 나갔다가 보름만에 입항하면 약속이라도 한 듯 부두에 서서 반갑게 손을 흔드는 이 여성에게 "누나 다녀왔습니다"라고 외치며 달려가곤 한다.

함정이 출·입항할 때마다 엄마처럼 장병들을 맞이하는 이 여성은 지난해 7월부터 해군 1함대 병영생활전문상담관으로 근무 중인 박진미 상담관(44). 박 상담관은 경주교육지원청 복지관 등에서 10년 이상 상담 업무를 해온 '상담 베테랑'이다.

"가정에서도 아들이 학교에 갈 때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고 맞이하잖아요. 장병들이 임무를 수행하러 갈 때 챙겨주는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다가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박 상담관은 1년 6개월째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변함없이 부두에서 두 팔을 크게 흔들며 장병들을 반갑게 맞아준다. 출항하는 함정의 홋줄(밧줄)을 직접 걷는 등 장병들을 도와주기도 한다. 처음엔 "이상한 사람"이라며 낯설게 여기던 장병들도 이제는 출·입항 할 때마다 박 상담관을 찾는다. '누나'는 4월 '집단상담'에 참가한 수병들이 친누나 같다며 붙여준 별칭이다.

박 상담관은 '문제 장병'으로 낙인찍힐까봐 상담을 꺼리는 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고려해 직접 장병들을 만나러 다닌다. 일주일에 2번 이상은 야간에도 함정을 찾아 함정 당직자들의 고민과 고충을 듣는다.

'찾아가는 상담'을 실천하는 박 상담관 덕에 부대 적응에 성공한 장병도 많다. 함정에 배치받자마자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성 복통으로 의무대에 입실했던 A 이병은 이틀에 한 번꼴로 의무대를 찾아온 박 상담관과 하루 1시간 이상 한 달간 얘기를 나누면서 자신감을 찾았다. 부대 복귀 후 육상으로 보직을 옮길 기회도 마다하고 함정 근무에 적응하고 있는 A 이병은 최근 박 상담관을 만나 "함정 생활이 정말 재밌다. 생활반장에도 도전하려 한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1함대 광개토대왕함 부장 김영곤 중령은 "함정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몇몇 장병들이 상담을 통해 적극적으로 근무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 상담관의 아들(20)도 내년에 입대한다. 박 상담관이 병영 내에 직접 들어와 상담관 생활을 하기로 결심한 것도 밖에서 막연히 군을 바라보기보다 아들의 입대를 앞두고 '엄마 대표'격으로 군에 직접 들어와서 제대로 알고 싶어서였다. 그는 "이제 수병들이 모두 내 아들 같다"며 "병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의 강점을 찾지 못해서인데 열심히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강점을 찾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2015년 246명이던 박 상담관 같은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을 내년에는 406명으로 늘려 병사들의 군 생활 적응을 도울 계획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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