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첫 출석한 황 권한대행, ‘대권’ 오해받을 일 삼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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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 권한대행의 국회 출석은 전례가 없으나 야당이 ‘총리 자격 출석’을 요구했고 황 권한대행이 응해 성사됐다. 대통령 탄핵 사태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그는 “대통령을 보좌해온 국무총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여러 가지 오해의 말씀도 있는데 저희가 오로지 국민과 국가만 바라보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이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황 권한대행이 느낀다는 ‘책임감’이 대통령을 잘못 보좌했다는 의미인지는 분명치 않다. ‘여러 가지 오해’란 야당 의원들이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불요불급한 인사권 행사를 강행하고 황제급 의전을 요구하면서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한 달 전 양구의 중앙시장을 방문한 사진을 이틀 전에 개인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대통령선거 출마를 계획하고 있느냐”고 질문한 것을 뜻하는 듯하다. 황 권한대행이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공백을 메우는 일들은 부득이 해야 하지 않느냐”고 한 것은 적절한 답변이다.

 하지만 황 권한대행은 18일 시장 방문 사진을 올린 것 외에도 강원 강릉 빙상경기장 방문(17일), 서울 명동의 구세군 자선냄비 성금 전달(15일) 사진과 글도 부지런히 올렸다. 직접 페이스북을 관리하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도 국회에 출석하는 것조차 ‘국가 위기 상황에 촌각을 다툴 일이 생기면 긴밀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고민했다는 것과는 맞지 않는 일이다. 대선 출마를 위한 홍보작업이라는 오해를 살 만도 하다.

 황 권한대행이 제 역할을 다하면서 이런 활동을 하는지 오해받을 수도 있다.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를 놓고도 황 권한대행은 12일 책상머리 회의 사진과 글을 올렸고 결과적으로 2000만 마리의 닭과 오리가 도살 처분됐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정경유착에 대해 황 권한대행은 “기본적으로 공직윤리가 분명하게 잡히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평생을 공직자로 살아온 그가 답을 알고 있다면 왜 직을 걸고서라도 진즉에 공직윤리 확립에 앞장서지 못했는지 안타깝다.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이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황 권한대행이 “아주 정치(精緻)한 인사평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검찰 인사에 신뢰를 드러낸 것도 국민과 동떨어진 인식이다.

 야당이 황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행세 하지 말라”고 압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여야와 정부가 허심탄회한 의견 교환을 통해 이견을 줄이고 공감대를 찾아나가는 것이 진정한 협치다. 이번 국회 출석을 계기로 권한대행과 야당 대표의 회동, 나아가 여야정 협의체 운영도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정상 가동할 필요가 있다.
#황교안#권한대행#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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