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놓고 갈라진 문재인 vs 非문재인, 같은날 다른 자리서 세 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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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개헌’ 정치권 빅뱅]문재인 “개헌 시기상조”
싱크탱크 출범 두달만에 첫 행사 “지금은 적폐 대청소 집중할때”
정책행보로 이재명과도 차별화

안철수-손학규 개헌연대?
손학규 “개헌반대는 기득권”… 문재인 공격… 안철수 “정당 초월해 국가발전 논의”
새누리-민주 의원들도 참석

 사실상 조기 대선 정국 속에서 야권 대선 주자들의 세(勢) 싸움도 본격화되고 있다. 첫 전장(戰場)은 문재인 대 비문재인(비문) 세력이 맞붙은 개헌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신당 창당 필요성을 촉구한 가운데 개헌을 고리로 한 대선 주자 간 합종연횡 움직임도 서서히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 文, 대세론 재점화 시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3일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자신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 정책 포럼에서 “지금은 개헌을 말할 때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퇴진과 오래된 적폐의 대청소 논의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자신을 포위해 오는 개헌 프레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속내다.

 그 대신 문 전 대표는 “‘촛불 혁명’은 구시대를 청산하고 구체제를 혁파할 절호의 기회”라며 “새로운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비전으로 공정, 책임, 협력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은 “공정, 책임, 협력은 촛불 민심을 계승하는 키워드일 뿐만 아니라 순차적으로 발표할 대선 정책의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전 대표는 14일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지역인 전북 정읍을 찾는 등 ‘최순실 게이트’로 중단했던 민생·경제 현장 행보를 다시 시작한다.

 이는 야권 내 개헌파 견제와 턱밑까지 쫓아온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차별화라는 일석이조의 목적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진영도 찬성하는 개헌 논의에 각 정파 간 정략적 목표가 숨어 있음을 넌지시 드러내면서, 동시에 이 시장과는 정치의 스케일이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또, 10월 출범 당시 전문가 500여 명이 참여했다는 ‘국민성장’은 800여 명으로 늘었다. 문 전 대표 측은 이 같은 물적 토대를 기반으로 후보 간 정책 대결 구도를 만들면서 대세론을 다시 점화하겠다는 의도다.

○ 孫 “개헌 세력 모이자”…신당 이어질까

손학규, 용산서 싱크탱크 10주년 기념식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안 전 대표 오른쪽)가 1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안 전 대표, 손 전 대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손학규, 용산서 싱크탱크 10주년 기념식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왼쪽에서 세 번째)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안 전 대표 오른쪽)가 13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행사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 안 전 대표, 손 전 대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주호영 의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이날 몇 시간 뒤 여의도 국회에서 한강을 건넌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는 개헌파들이 의기투합했다. 이곳에서 열린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 창립 10주년 기념식에는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 4명과 개헌을 바라는 민주당, 국민의당 의원 등 총 인원 4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행사장에서는 “친문(친문재인) 진영만 빼고 골고루 모였다”는 말이 나왔다.

 정계 복귀 일성을 제7공화국 수립으로 했던 손 전 대표는 기조강연에서 “‘87년 체제’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르자는 측은 한마디로 기득권 세력”이라며 “개헌론에 불이 붙으면 대권의 길이 멀어지니까 하는 말 아니냐”고 사실상 문 전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호헌파는 기득권 세력으로, 개헌파는 개혁 세력으로 각각 대비시킨 것이다.

 손 전 대표는 ‘국민주권개혁회의’ 구성을 제안하며 “기득권과 맞서는 개혁세력이 한국 정치의 신주류가 될 수 있도록 한국 정치의 새판을 짜겠다”고 했다. 국민주권개혁으로 표현된 개헌을 매개로 사실상 새로운 정치세력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다만 손 전 대표는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건 좀 두고 보자”며 여운을 남겼다.

 이에 기념식에 참석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는 “서로 정당을 초월해 국가를 어떻게 좋은 쪽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논의의 틀 내지는 논의 테이블을 만들 것”이라고 화답했다. 안 전 대표는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9일 이후 서서히 ‘개헌열차’에 몸을 실으려 하고 있다. 손 전 대표와 연대해 호헌파인 문 전 대표를 고립시키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개헌 요구가 이어졌다. 김부겸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기자회견에서 “개헌은 정략이 아니다. 개헌과 함께 정권 교체까지 완수해 달라는 것이 촛불의 간절한 염원”이라고 했다. 당 일각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조만간 개헌에 호의적인 메시지를 던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당 관계자는 “오늘은 2야(野) 개헌파들이 친문 진영을 향해 ‘세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나선 형국”이라며 “개헌 대 호헌의 구도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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