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나는 유엔 차일드” 작별인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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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임기 마무리… 총회서 고별연설
“어릴때 유엔이 준 교과서로 공부… 어떤 어려움에도 꿈 잃지 말라”
트럼프와 면담일정 아직 못잡아

 “저는 ‘유엔의 아이(a child of the UN)’입니다. 한국이 6·25전쟁을 겪은 뒤 유엔은 우리(한국민)에게 먹을 것을 지원해 줬고 유엔 교과서로 우리를 가르쳐줬습니다. 저에게 유엔의 힘은 결코 추상적이거나 학문적이지 않은 실질적인 것이었습니다.”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72·사진)이 12일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가진 고별 연설에서 한국과 유엔, 그리고 자신과 유엔의 깊은 인연을 강조했다.

 대선 출마 여부로 국민적 관심을 받아온 반 총장은 이날 A4용지 11장 분량의 연설문을 한국 국민에 대한 감사함으로 마무리했다.

 “내 조국인 한국의 정부와 국민에게 가장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지난 10년간 그들의 열렬한 지원이 (내가) 세계의 평화와 개발, 인권을 위해 자랑스럽게 일하는 용기를 갖는 데 가장 큰 원천이었습니다.”

 또 반 총장은 “나는 재임 기간에 사람들의 존엄과 권리를 지키는 데 집중했고 상처받고 뒤처진 사람들을 대변하려 했으며 미래 젊은 세대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유엔 소식통은 “그 사람들 중 한국 국민도 포함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즉, 반 총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경우 지향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총회에서 반 총장은 유엔에 공식적으로 작별 인사를 했고, 내년 1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9대) 내정자는 취임 선서를 했다. 총회에선 반 총장의 10년 업적을 기리는 결의안도 채택했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반 총장이 뉴욕을 떠나기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동 가능성’에 대해 “지난번 전화 통화 때 ‘한번 만나자’고 구두 약속을 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조각(組閣) 인선 때문에 아직 구체적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반 총장을 기리는 유엔 행사는 이번 주 내내 이어진다. 13일 오전엔 2011년 양성 평등과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해 건립된 유엔기구인 ‘유엔위민(UN Women)’이 반 총장을 위한 특별감사 전시회를 연다. 14일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특별회의를 열어 반 총장의 노고에 감사를 뜻하는 결의안을 채택한다. 같은 날 오후엔 유엔에서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특별공연이 열린다. 반 총장은 16일 오전 유엔출입기자협회(UNCA) 소속 기자들을 대상으로 마지막 공식 기자회견을 한 뒤 이날 저녁엔 UNCA의 연례 만찬행사에도 참석한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유엔#반기문#고별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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