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배치 발표후 통관거부-판매불허 급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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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품 겨냥 노골적 보복 조짐

 
국내 화장품회사 잇츠스킨은 2014년 내놓은 이른바 ‘달팽이 크림’이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를 끌어 연매출 3000억 원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정작 중국에는 수출하지 못한다.

 지난해 8월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FDA)에 판매 허가를 신청한 이후 1년 4개월이 되도록 승인을 받지 못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판매 허가 심사는 1년가량 걸린다. 잇츠스킨 측은 “절차가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최근 중국 위생당국이 기준을 높이고 있어 언제 수출길이 뚫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과 거래가 많은 국내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안 그래도 중국이 비관세 장벽을 높이던 차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발표 이후 더욱 노골적으로 엄격한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사드 터를 제공한 롯데그룹은 최근 중국에 진출한 22개 계열사 사업장에서 세무조사, 소방 점검, 위생 점검까지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우태희 2차관 주재로 한중 통상관계 점검회의를 열고 중국의 수입 규제와 비관세 장벽 등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정부는 최근 중국 상무부가 한국산 폴리옥시메틸렌(POM·자동차부품 등에 쓰이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원료)과 폴리실리콘(태양전지의 핵심 원료)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한 데 따른 우리 업계 피해 가능성을 파악한 뒤 중국 당국에 공정한 조사를 촉구하기로 했다. 또 한국산 화장품 통관과 농식품 검역 등 비관세 조치와 관련해 불합리한 부분이 있으면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 까다로운 통관에 발 묶인 한국 제품

 당장 갖가지 이유로 통관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올 7월 사드 배치 발표 직후 일부 화장품 업체 제품이 산둥(山東) 성 등 일부 지역에서 반입이 거부됐다. 지난달 11일 광군제 때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산 물건 일부도 3주가 넘도록 통관에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주로 소규모 의류 온라인몰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국가질검총국과 주중 한국대사관,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 등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한국산 식품과 화장품의 통관 거부는 148건으로 지난해 전체(130건)보다 많았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제품 수입이 많아 거부 건수가 많기도 하지만 건수나 비율이 높아졌다”며 “특히 사드 배치 발표 이후 검사가 강화됐다는 게 업계 분위기”라고 전했다.
○ 보복 현실화되나

 중국 정부는 지난달 22일 ‘동력전지업계 규범조건안’을 전격 발표하며 전기차용 배터리 연간 생산능력 기준을 기존 200MWh에서 8GWh로 40배가량 높였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대로라면 기준을 충족하는 회사는 중국 1위 업체 비야디(BYD)뿐”이라고 말했다. 연말까지 중국 내 배터리 공장을 지으려고 계획했던 SK이노베이션은 공장 건설을 보류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장벽도 높아지고 있다. 이달 1일부터 중국은 신규 화장품 안전기술규범을 만들어 안전성 기준을 강화했다. 한국행 단체관광에 대한 규제도 까다로워져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실제로 올해 10월 중국인 관광객 수는 68만91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국경절(10월 1∼7일)이 낀 10월 중국인 관광객 증가율이 한 자릿수가 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당국이 한류 드라마와 영화 등의 방영을 제한하도록 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사드 배치와 관련된 것인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세종=신민기 기자
#사드#통관#한국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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