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안팎 “최순실 공소장에 ‘대통령 혐의’ 기재 막으려 시간 끄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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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검찰조사 진통]靑 조사연기 요청에 검찰 당혹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전격적으로 변호인을 선임한 데는 ‘검사를 대면한 조사는 원치 않는다’, ‘특별검사 수사에 앞서 굳이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중이 담겨 있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검찰은 즉각 반발하며 조속한 시일 안에 대면 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54·사법연수원 24기)는 이날 “대통령 관련 의혹 사항이 모두 정리되는 시점에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원칙적으로 서면 조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고 부득이 대면 조사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그 횟수를 최소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내놓은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 완성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불과 11일 전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고 밝혔던 박 대통령이 본인의 제2차 대국민 담화를 사실상 뒤집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유 변호사는 변호인의 입장에서 한 말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의뢰인인 박 대통령의 생각으로 보는 게 맞다.

 박 대통령은 입장을 번복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변호인을 통해 ‘헌법상 권리’를 카드로 꺼냈다. 유 변호사는 “헌법상 모든 국민은 공정한 수사,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고 이는 대통령이라고 하여 예외가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얼마 전 여론에 떠밀려 검찰 수사를 당장이라도 받을 것처럼 담화를 발표한 것과는 판이한 대응이다.

 유 변호사가 이날 헌법상 권리와 대통령에 대한 특수성을 강조한 것은 박 대통령이 변호인을 선임한 이유가 궁극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의심을 받게 했다. 청와대는 국정이 마비되고 국론이 분열될 수 있으니 국가공동체 보호를 위해 수사는 최대한 늦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 수사 시점은 모든 의혹을 충분히 조사한 뒤이며, 지금은 수사 시작 단계라고 못 박았다. 검찰 주변에서는 박 대통령이 특별검사 출범이 목전에 온 상황이란 걸 고려해 검찰 수사는 받지 않으려는 의도를 내비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론의 비판을 받을 것이 뻔한데도 박 대통령 측이 이런 전략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최순실 씨(60·구속)의 범죄 혐의가 기재되는 공소장에 박 대통령의 혐의가 적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청와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박 대통령이 자리에서 불명예스럽게 내려오는 일인데, 박 대통령이 최 씨의 구속 만기일(20일) 전에 조사를 받고 최 씨 혐의 입증에 연결고리가 되는 동시에 본인의 혐의까지 드러난다면 하야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확연하게 줄어들 것이라는 시각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짧은 시일 내에 대면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핵심 의혹에 대해 상당 부분 조사가 이뤄졌고, 가능한 한 빨리 대면 조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당초 밝힌 16일이 아닌 17일에라도 조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검찰의 대면 조사를 계속 거부한다면 검찰도 강제로 박 대통령을 조사할 수는 없다. 이 경우 박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조사 없이 특검 수사가 시작되고, 박 대통령에 대한 대면 조사는 특검으로 공이 넘어가게 된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조사하지 못하더라도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과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7·구속)의 공소장에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하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에 박 대통령이 공범이라고 적시하는 한편 안 전 수석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모금 강요 혐의에도 박 대통령의 혐의를 포함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일 jikim@donga.com·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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