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기 혼란 막으려면… 與野靑 ‘권한대행 총리’부터 세워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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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민심에 응답하라/‘식물 대통령’ 해법은]‘국정 정상화’ 어떤 시나리오 있나

  ‘100만 촛불’ 에너지를 국정 회복의 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정치권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단축’ 선언을 전제로 정치권이 개헌 또는 조기 대선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는 등의 각종 수습책이 분출했다. 박 대통령을 심판할 헌법적 절차는 대통령 탄핵 소추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하야로 가든, 탄핵으로 가든, 제3의 해법을 찾든 ‘질서 있는 수습’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국회 추천 총리’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붕괴된 만큼 사실상 ‘권한대행’에 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총리 인선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게 정계 원로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① 즉각 하야

 박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한다면 헌법 68조 2항에 따라 60일 이내에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국정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하야는 최상책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선 준비 기간이 짧아 정당은 정당대로, 대선주자는 대선주자대로 각자의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여 정국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각 당 대선후보 경선과 공식 선거운동(23일)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대선이 졸속으로 치러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즉각 하야한다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차기 대선 관리를 맡아야 한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야당으로서는 수긍할 수 없는 조건이다.

② 대통령 2선 후퇴와 거국중립내각 구성

 지금까지 대부분 야권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요구해온 것은 대통령의 명확한 2선 후퇴 선언과 국회 추천 총리 임명 그리고 거국중립내각 구성이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보장하되 ‘의전 대통령’ 기능만 수행하라는 것이다. 이 방안의 쟁점은 2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대통령이 군(軍) 통수권을 포함한 헌법적 권한을 자신의 선언만으로 국무총리에게 위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책 현안을 놓고 대통령이 총리와 의견 충돌을 빚을 때 이를 제어할 수단이 없다는 난제가 생기게 된다. 민주당 김성곤 전 의원은 “헌법적 권한은 대통령이 자의로 양도할 수 있는 사유물이 아니다. 발상 자체가 초헌법적,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헌법상으로도 현재 박 대통령은 ‘사실상의 사고(事故)’ 상황이기 때문에 헌법 71조에 따른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가능하다는 게 야권 일각의 반박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는 대통령의 권한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

 둘째, 거국내각의 기한 문제다. 사실상 ‘임시정부’ 성격인 거국내각이 내년 대선까지 1년 1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국정을 맡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냐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③ 임기 단축 선언과 조기 대선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선언만으로도 민심을 돌리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대통령 스스로 임기 단축을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까지 포함해 모든 걸 놓고 논의하자며 여야 당 대표들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할 경우 정국 로드맵이 합의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성될 과도내각은 단축되는 임기에 맞춰 치르게 될 대선 관리에 돌입하게 되고, 각 정당은 대선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아니면 과도내각은 차제에 개헌 논의를 시작해 달라고 국회에 제안할 수도 있다. 국회가 개헌 작업에 착수한다면, 이론상으로는 이르면 내년 3월 이내 개헌이 가능하다. 개정된 헌법 부칙에 현 대통령의 임기를 정한다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불명예 퇴진이 아닌 헌법에 따른 퇴임을 맞게 된다.

 국민으로서는 향후 국정 운영의 일정을 투명하게 알게 돼 국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정치권도 예정된 스케줄에 따라 향후 행보를 밟아 나갈 수 있게 돼 안정감을 갖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결단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상적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④ 결국 탄핵으로 가야 하나

 이 모든 ‘질서 있는 퇴각’이 여의치 않을 때는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통과시킨 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는 것밖에는 다른 수가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법에 따라 박 대통령을 퇴진시키자는 것이다. 이날 야당은 물론이고 여권 일각에서도 “탄핵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탄핵 가능성을 높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만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헌재는 18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하는데 그사이 국정 혼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 또 이 시간을 모두 소진하고, 탄핵 결정 이후 60일 이내 대선을 치른다면 사실상 박 대통령이 임기를 거의 다 채우게 된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또, 탄핵을 하기로 결정한다면 ‘국회 추천 총리’를 사실상 포기한다는 뜻이다. 결국 황 총리에게 탄핵 정국을 맡기게 되는데 야당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어떤 방책을 택하든 이제는 여야가 정국 수습을 위한 공식 협의체 같은 구체적인 발걸음을 뗄 때가 됐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동용 mindy@donga.com·신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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