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문고리 3인방’ 박 대통령 아닌 최순실에게 충성 바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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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지난해 말까지 정호성 당시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통화하며 국무회의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에서 최 씨가 국무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지시하는 내용의 녹음파일을 검찰이 복원했다는 것이다. 이재만·안봉근 전 비서관과 함께 이들 ‘문고리 권력 3인방’은 단순히 박 대통령의 의견을 최 씨에게 전달하는 심부름꾼이 아니라 거꾸로 최 씨에게 복종하며 최 씨의 의견을 박 대통령에게 전하는 하수인 역할을 했다는 의심이 커지는 상황이 됐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파일이 아니더라도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최 씨의 사익(私益)으로 연결된 사례가 적지 않다. 1월 12일 최 씨의 개인회사 더블루케이가 설립된 지 일주일 만인 1월 19일 박 대통령이 “평창 겨울올림픽 예산 누수와 부조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예방 시스템이 가동된다”고 강조한 것이 한 예다. 더블루케이가 스포츠 시설 전문 건설사인 스위스의 누슬리를 앞세워 평창 올림픽 관련 시설 공사에 뛰어들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산 누수를 막는다며 입찰을 밀어붙이려 한 바 있다. 6월 21일 아프리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 대통령은 미르재단이 관여한 ‘코리아에이드’를 격찬했고 관련 사업 예산은 올해 50억1000만 원에서 내년도 144억 원으로 두 배 이상으로 편성됐다.

 박 대통령은 2014년 말 정윤회 씨 비선 실세 의혹이 불거졌을 때 이들 3인방에 대한 절대적 신임을 천명했다. 이런 신임을 믿고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은 최근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이 폭로한 대로 장차관들과 대통령의 접촉을 가로막았을 것이다. 이제 보니 ‘문고리 권력’이 박 대통령과 장차관의 대면보고를 차단했고, 조직적으로 최 씨에게 청와대 기밀을 퍼 나르며 지시를 받아온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긴다. 문고리 3인방은 최 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 씨가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론 최 씨가 이들을 통해 박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국정에 개입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 3인방의 월권이 최 씨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면 이 정권은 사실상 ‘최순실 정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대통령의 국정 관련 발언과 정책 중 무엇이 박 대통령 생각이고, 무엇이 최 씨가 개입한 결과인지 국민은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에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그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사실상 ‘그림자 대통령’이 있었다는 의혹에 국민은 경악스럽고 참담하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직접 해명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설령 ‘2선 후퇴’를 한다 해도 국가 통치자로서 상징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고리 3인방#박근혜#최순실#정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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