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모두 비운 朴대통령… 인적쇄신外 뾰족한 수 없어 고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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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靑 후속 수습책은

 
박근혜 대통령(사진)은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비롯해 대통령비서실의 핵심 인사 8명의 사표를 전격 수리하면서 ‘최순실 게이트’를 수습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문제는 다음 수순이다. 인적 쇄신 외에는 아직 뚜렷한 추가 방안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31일 일정을 비운 채 청와대 집무실에서 정국 수습방안에 대한 고민을 이어갔다. 평상시라면 이날이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할 수 있는 날이지만 회의를 열지 않았다. 1일 열리는 국무회의도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재하기로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참모는 물론이고 신임 총리 인사도 가급적 빨리 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날 첫 출근을 한 신임 배성례 대통령홍보수석은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위기가 기회인데 어려울 때 또 기회가 온다”며 “우리 스태프(청와대 관계자들)의 진실한 마음을 읽어주고 어려울 때일수록 잘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최재경 신임 민정수석은 청와대 참모진 인선과 개각을 대비한 인사 검증 작업에 전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사표가 수리된 김재원 전 정무수석은 이날 취재진에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외롭고 슬픈 대통령을 도와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최순실 사태를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나부터 조사하라’는 자세를 보이면서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을 통해 최 씨와의 관계 등을 소상하게 밝히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것을 열어놓고 각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고 했지만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수사가 진행 중이니 이에 대해 언급할 사안은 아니다”라고만 말했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사태 진정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만큼 추가 입장 표명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을 탈당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나경원 이종구 김용태 의원 등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 진영에서는 박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중립거국내각을 위해서는 맨 먼저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새누리당은 사실상 박 대통령이 만든 당”이라며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그러나 박 대통령 지지율이 더 떨어지고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까지 박 대통령의 탈당에 동조하고 나선다면 청와대의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중도 성향의 국무총리를 임명한 뒤 내각에 권한을 상당 부분 이양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청와대도 “검토할 수 있다”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고 정치권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총리의 제청으로 새 내각이 구성되면 대통령은 국정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이날 주장처럼 대통령이 완전히 2선으로 물러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내치는 총리에게 맡기더라도 북핵 대응을 비롯한 외교안보 사안은 대통령이 주도하는 책임총리제 형태가 돼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생각이다. 정 대변인은 이날 “국가안보 문제는 한 치의 빈틈도 허용되지 않는다”며 “주요 외교안보 사안을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말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박근혜#최순실#수습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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