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생들이 앞장서 막은 박원순의 무상등록금 선심 정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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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순 서울시장이 내년부터 시행하겠다고 했던 서울시립대의 등록금 전액 면제 방안을 유보했다. 시립대 학생 다수가 ‘공짜 학업’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슬그머니 물러선 것이다. 등록금을 한 푼도 내지 않게 하면 모든 학생이 반색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으니 박 시장으로서는 의아하게 여길지도 모르겠다.

 박 시장은 취임 이듬해인 2012년부터 시립대에 반값 등록금을 도입해 5년째 시행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이제 온전한 대학의 무상교육을 고민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나 학생들은 그동안 시간강사가 571명에서 408명으로 줄고 100명 넘게 수강하는 대형 강의는 57개에서 112개로 늘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잘 정착됐다고 여긴 반값 등록금이 교육 여건의 부실을 부른 것을 박 시장만 몰랐던 셈이다.

 선진국 대학들은 적극적인 투자로 연구 역량을 높이고 가상현실이나 인공지능, 첨단로봇 같은 신성장동력 분야의 창업가를 길러내고 있다. 그런데 시립대 학생들은 듣고 싶은 과목이 개설되지 않아 낭패를 보고 전국 국공립대 43개교 중 42위인 기숙사 수용률도 몇 해째 개선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 자체 연구비도 3년간 40%나 줄어 교수들까지 걱정하는 실정이다. 교육 여건을 더 생각하는 학생들이 포퓰리즘만 아는 서울시장보다 더 현명해 보인다.

 박 시장은 대학 무상교육을 시작하면 모든 국공립대가 따라오고 일부 사립대에까지 파급될 것이라며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없게 대학의 숨통을 조여 놓고 급변하는 사회로 학생을 내보내는 것은 꿈과 거리가 먼 무책임한 일이다. 등록금 면제는 청년활동지원비(청년수당)와 마찬가지로 대선을 염두에 둔 박 시장의 발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맞게 등록금을 내고 질 높은 교육을 받겠다는 학생들한테서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원리를 박 시장은 물론이고 모든 정치인이 배워야 한다.
#박원순#서울시장#서울시립대#무상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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