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에너지기술과 청정 자연 융합… ‘그린 빅뱅’ 제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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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6기 광역단체장 취임 2년 릴레이 인터뷰]원희룡 제주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1일 “제주도를 위안을 받으며 재충전할 수 있는 신비롭고 매력적인 섬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주도 제공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1일 “제주도를 위안을 받으며 재충전할 수 있는 신비롭고 매력적인 섬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제주도 제공
‘바람으로 가는 전기자동차.’

원희룡 제주도지사(52)가 ‘탄소 없는 섬(Carbon free island)’ 정책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자주 쓰는 말이다. 풍력발전에서 얻은 전기를 자동차의 에너지원으로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그린빅뱅(Green big bang)’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장치(ESS),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등 연관된 친환경 산업의 기술 융합으로 혁신적인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원 지사는 인천 송도에서 열린 제1회 한중 지사·성장회의를 비롯해 중국 하이난(海南) 성 2016 보아오포럼, 프랑스 파리 제21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 등에 참석해 그린 빅뱅 전략을 소개하고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 자립 섬’으로 향하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취임 때부터 전기자동차 ‘쏘울 EV’를 업무용 차량으로 정하고 제주 곳곳을 누비고 있다. 제주는 지금까지 전기자동차 3000대를 보급했고 올해 전국 보급 목표의 절반인 4000대를 확보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10년, 도지사 취임 2년을 평가한다면….

“제주도가 본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청정한 섬, 살고 싶은 섬 등으로 지명도가 올라갔다. 빛과 그늘이 있다. 인구, 관광객, 투자, 기업 이전 등이 상승세이다. 하지만 땅값이 오르고 쓰레기는 증가하고 교통난이 가중되면서 도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은 오히려 위협받고 있다. 주택의 안정적 공급, 대중교통 문제 개선에 노력하겠다. 제주다운 자연과 문화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원시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첨단산업이 조화하는 모습으로 가야 한다.”
―중국인 등 외국인이 땅을 많이 사고 있다. 이러다 제주가 외국인 땅이 될 것이라는 걱정이 있고 제주 땅값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무차별로 밀려들었는데 취임 이후 강력한 제동을 걸었다. 지금은 한풀 꺾였다. 대규모 투자용지를 제공하는 일을 아예 없애고 농지도 농민이 아니면 환수하는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한라산 허리 이상 올라가는 개발을 해서는 안 되고 해안도 더 이상 망가지지 않게 보전하겠다.”
―서귀포시 성산읍에 들어설 예정인 ‘제2공항’을 놓고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공항이 필요하기는 한데 왜 우리 마을이냐’는 불만이다. 땅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정부 보상금을 받고 어디에서 대체 토지를 살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이 있다. 법률에 의한 보상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공항 타당성 조사가 조만간 나온다. 그 결과를 갖고 주민들과 대책을 논의할 수 있도록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 정부 보상보다 많은 지원과 발전 계획을 세우겠다.”
―강정마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해군기지)이 완공됐지만 반대 시위 등에 따른 공사 지연 책임을 물어 해군이 구상금을 청구했다.

“해군기지는 8년 이상 갈등을 거쳐 완공됐다. 내년 7월 크루즈선이 기항하면서 관광미항 골격을 갖추고 정상적인 항만 기능을 한다. 구상금은 마지막 갈등 문제다. 천성산 경부고속철도 터널공사 등도 반대 시위로 공사가 지연됐지만 정부는 구상금을 청구하지 않았다. 해군기지 문제 초기에 절차와 대화에서 정부, 제주도가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 법대로 간다면 처음부터 법대로 했어야 했는데 허점이 많았다. 법적으로 끝장을 보겠다 하면 영원히 해결 안 된다. 해군이 대승적인 화합정책을 펼칠 때이다.”
―대권주자로서 작금의 정치 현안에 대해 책임을 느끼는가.

“겁이 나서 그런지, 상대방을 배려해서 그런지 국민 목소리가 새누리당 내에 전달이 안 된다. 총선에서 박살이 났으면 죽었다 깨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데, 좋은 게 좋다는 식이다. 국민들이 더 큰 심판을 할 수 있다. (나는) 제주도민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다. 도민이 (대권 도전에) 나가라면 심각히 생각하겠지만 대부분의 도민은 ‘제주도지사로서 일을 제대로 하시오’라는 뜻을 갖고 있는 듯하다.”
―휴가철이 시작됐다.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자연에서 뛰놀고, 삶을 재충전하면서 제주를 재발견하기를 바란다. 바가지를 씌우고 영혼 없는 행위를 하는 것을 철저히 단속하겠다. 제주는 일상을 탈출하고, 위안을 얻는 신비롭고 매력적인 섬, 살고 싶은 섬이다. 노벨상 수상자, 교수, 은퇴자, 예술인 등의 영감과 창조의 보금자리로 만들고 싶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인터뷰는 12일 오전 8시에 시작되는 채널A 시사교양 프로그램 ‘아침경제 골든타임’에서도 방송됩니다.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원희룡 제주도지사

제주 서귀포시에서 태어났다. 제주제일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했다. 학력고사 전국 수석, 사법시험 수석 등 ‘수석’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검사, 변호사 생활을 거쳐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서울 양천갑)에서 새누리당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해 국회에 입성한 뒤 내리 3선을 했다. 소장파 정치인 모임을 결성하는 등 여권 내 개혁파의 상징으로 한나라당 사무총장, 최고위원 등을 지냈다.
#제주도지사#원희룡#그린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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