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단체 연합체인 ‘자유통일탈북단체협의회’ 관계자들이 20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민변이 4월 초 중국 내 북한 식당을 탈출했던 북한 종업원 12명의 인신보호법상 구제를 청구한 행위가
북한에 있는 가족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행위라고 규탄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4월 한국으로 탈출한 중국 내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자진 탈북’ 여부를 가리는 재판이 21일 열리면서 재판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2단독 이영제 판사는 21일 오후 2시 반부터 중국 저장(浙江) 성 닝보(寧波) 소재 북한 ‘류경식당’에서 탈출한 종업원 13명 가운데 여종업원 12명이 자진 탈북했는지,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옛 국가정보원 중앙합동신문센터) 거주가 타당한지를 판단하는 인신 보호 청구 사건 심문을 비공개로 진행한다. 탈북자들이 국내에 들어온 이래 처음 벌어지는 일이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인신보호법에 근거한 인신 구제를 청구했다. 이들이 자발적으로 한국에 왔는지 확인하겠다는 이유였다. 인신 구제 청구는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해 국가기관 등이 운영하는 시설에 수용 보호 감금된 사람이 법원에 구제를 청구하는 것이다. 법원이 민변의 청구를 받아들여 국정원에 출석 명령 소환장을 보내면서 재판이 열리게 된 것이다.
국정원 측은 20일 “종업원들이 재판 출석을 원하지 않는다. 법무 대리인인 변호인이 대신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 인권보호관 박영식 변호사는 법원에 제출한 불출석 사유서에서 “종업원들은 자신들이 자유의사로 탈북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진술할 경우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생명의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종업원들을 공개 법정에 출석시켜 진술하게 하는 것은 이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과 통일부는 민변의 요구에 대해 “자유의사로 입국한 종업원들은 인신 구제 청구 대상이 아니다”라며 “탈북민 입국과 보호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주장했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종업원들은 현재 우리 사회 정착을 위해 적법한 보호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이런 식이면 탈북민들이 한국에 올 때마다 북한 내 가족들로부터 위임받았다는 사람이 소송하면 법원에서 자진 탈북 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북한 앞에 탈북민을 세워 놓고 합동신문을 진행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민변의 요구는 정부와 국정원에 대한 강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다. 민변이 인신 구제를 청구하기 위해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국적의 인물을 통해 전달받은 북한 가족들의 위임장 작성 경위와 이를 확보한 과정의 위법성도 쟁점이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이날 성명에서 “북한 가족들의 위임장이 자유로운 의사를 바탕으로 작성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효력에 문제를 제기했다. 한변은 “인신보호법을 개정해 탈북민 수용 문제를 인신보호법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여 논란을 없애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념 대결로 비화하면서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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