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의 “사드 반대”는 당론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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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어제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민주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배치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임을 다시 한 번 말한다”고 밝혔다. 박정 원내부대표는 “사드를 배치함으로써 외교주권을 포기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면서 “사드를 배치하려면 차라리 외교부를 없애야 한다”고 과격한 발언을 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 제1당인 더민주당이 국가안보에 관한 중대한 사안을 이렇게 쉽게 말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진보좌파 진영에서는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거세게 반대한다. 사드의 대북(對北) 미사일방어 능력도 의문시된다지만 그렇다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우 원내대표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더민주당의 전신인 민주당은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북한 소행으로 보기 어렵다며 국회의 대북 규탄 결의안 채택도 거부했다. 결국 86운동권 출신과 친노(친노무현) 친문(친문재인) 세력을 주축으로 한 더민주당 주류의 안보관은 과거와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4·13총선 이전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북한 와해론과 햇볕정책 수정론을 제기하며 더민주당이 ‘안보 중시 정당’으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어제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 등 주변국 대사들을 만나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의견을 나눈 것도 일종의 안보 행보다. 추 대사는 2월 김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사드 문제로 한중관계가 순식간에 파괴될 수 있다”고 ‘협박성’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일개 대사의 오만방자한 발언에 더민주당이 항의조차 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추 대사는 어제 사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더민주당 측과 편안한 자리에서 솔직하게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싶다”는 그의 발언에 비춰보면 사드 배치를 막는 데 더민주당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도 사드 배치를 놓고 첨예한 대립이 벌어진 상황에서 우 원내대표의 사드 반대 발언은 중국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야권의 차기 대선후보로 유력한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천안함 폭침 5년 만인 작년 3월 북한 소행임을 인정했지만 그의 안보관이 달라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는 2월 “효용성이 제대로 검증이 안 된 사드 배치 논의로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하고 국제공조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사드 배치에 반대했다.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우 원내대표의 발언 가운데 어느 쪽이 당론인지 더민주당은 밝혀야 한다.
#우상호#더불어민주당#사드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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