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캐비아, 김정은 식탁에 못오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기호품 등 25종 수출금지 지정… 김정은 ‘선물 정치’에도 타격줄듯

스위스 연방정부가 18일 발표한 대북 제재 시행령에 포함된 ‘대북 수출 금지 사치품 25종’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 이후 체제 유지를 위해 공을 들여왔거나 선호하는 사치품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스위스가 수출 금지 품목으로 지정한 사치품 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의 12종보다 2배가량 많다.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을 상대로 스위스 정부가 비자금을 묶는 ‘북한 정부와 노동당 자산 동결’을 포함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한 것이다.

동아일보가 스위스 연방 경제교육연구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사치품 25종을 살펴보니 스노모빌 등 스키 관련 제품, 골프, 승마, 해양스포츠 제품은 물론이고 스키와 수영장 시설에 필요한 장비 자재까지 수출 금지 품목에 포함됐다. 김정은이 치적 과시를 위해 지은 스키장, 골프장, 승마장, 수영장 등 위락 시설 추가 건설 및 유지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김정은이 좋아하는 와인과 캐비아(철갑상어 알), 도수 높은 술, 시가도 수출 금지 대상이다. 4월 북한에서 김정은을 만난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 씨는 “(김정은이) ‘하룻밤에 보르도 와인을 열 병이나 마셨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고급 차, 배, 항공기 관련 품목과 순종마(馬) 수출도 금지됐다.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가 즐긴다는 고급 향수, 화장품, 액세서리 등도 사치품으로 지정했다. 김정은 부부가 좋아하는 고급 시계도 수출 금지 대상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권력 엘리트들에게 사치품을 주면서 권력을 유지해 온 ‘선물 정치’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즐긴다는 에멘탈 치즈는 금수 품목에는 오르지 않았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스위스#김정은#기호품#수출금지#선물 정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