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에 각세운 비박, 물밑에선 ‘院구성 자리 청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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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원장 선출 다수파 지지 필수… 은밀한 면담 요청 등 ‘이중적 행태’

“지역에 있는 집 주소 좀 알려 주세요.”

최근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A 의원 측은 친박(친박근혜)계 실세인 B 의원 측에 이 같은 요청을 했다고 한다. B 의원을 국회에서 좀처럼 볼 수 없게 되자 아예 지역구로 내려가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타진한 것이다.

친박-비박계는 최근 비상대책위원회-혁신위원회 구성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물밑에선 국회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20대 국회 자리를 놓고 접촉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비박계 일부 의원은 계파 갈등으로 탈당 등 정계개편 시나리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원(院) 구성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친박계에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회부의장 및 상임위원장은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의 표결로 선출되지만 사전에 소속 정당에서 교통정리가 된다. 의원총회에서 내부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당내 수적 우위를 차지한 친박계는 사실상 후보 선출권을 행사할 수 있다. 수적으로 열세인 비박계로선 친박계의 지원을 받아야 할 처지다.

국회직에 관심을 갖고 있는 비박계 중진 C 의원은 최근 B 의원을 만나기 위해 B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적지 않은 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그는 B 의원이 의원회관으로 들어오는 것을 본 뒤 사전 약속도 없이 B 의원실을 찾아갔고 면담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 끝에 B 의원을 만났다는 것이다. 요즘 C 의원은 친박계가 배제됐던 비대위 인선과 관련해 계파 안배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친박계 D 의원은 비박계와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있다. 차기 당권 도전과 대선 출마 등을 고심하고 있는 D 의원으로선 비박계의 지지를 받기 위해 중립적인 이미지를 최대한 키우려는 것이라고 측근은 설명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친박#비박#상임위원장#새누리당#자리 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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