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용호 외무성 부상(60·사진)을 신임 외무상으로 임명하면서 외교라인 재편을 마무리했다. 그 수장인 이용호는 ‘대미 협상통’으로 알려졌지만 대외정책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손을 떼게 만든 계기였던 ‘2·29 합의’에 참여했던 이용호는 미국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인물이다. 게다가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과 고립을 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외교 관료’가 운신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다.
그는 2010년 외무성 부상에 올랐고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아 한미 양국의 ‘북핵 라인’과도 익숙한 인물이다. 하지만 6자회담에 참여했던 전·현직 외교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한 외교관은 “유연성을 발휘하는 협상 기술이 뛰어나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다른 전직 외교관은 “화법은 현란하지만 평양의 지시만 충실히 이행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2년 김계관과 이용호가 북-미 협상을 통해 ‘2·29 합의’를 도출했지만 그 직후에 북한이 두 차례나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며 “글린 데이비스 당시 대북정책특별대표를 포함해 미국 외교가에서는 ‘속았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전했다.
지병을 앓는 강석주 국제담당비서가 정치국 위원에서 탈락하고,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의 이름도 사라지면서 김정일 시대에 북핵 협상을 주도했던 ‘김-김 라인’은 사라지게 됐다. 영어에 능통한 첫 북한 외무상인 이용호의 국제무대 데뷔는 7월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이용호의 ARF 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대외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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