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정진석 사퇴하든가”… 鄭 “黨인선까지 靑과 상의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9일 03시 00분


[여권發 정계개편 바람]분당 위기에도 친박-비박 설전만

“혁신이냐, 비혁신이냐의 프레임으로 가야 된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게 혁신이냐?”

새누리당 양대 계파인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의 불신이 막장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전날 당 주류인 친박계가 정진석 원내대표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을 무산시킨 데 이어 18일에도 비박계에 대한 불신을 내비치면서 내홍은 깊어지고 있다. 친박계는 정 원내대표의 사퇴까지 언급했고, 비박계는 친박 패권주의를 공격하고 나섰다. 당 지도부의 공백 속에 분당(分黨)설까지 나와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양 계파는 ‘네 탓 공방’만 하고 있는 것이다.

한 비박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혁신 방식의 비대위로 꾸려지는 게 맞다”며 “정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전 비대위원으로 내정된 김세연 홍일표 김영우 의원 등은 서울 모처에서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친박계 의원들이) 원내대표를 만들어놓고 흔들고 압박하면 안 된다”며 “친박-비박 프레임에 계속 말려들고 있지만 앞으로 (이에 대응할) 기획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우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을 발목 잡는 친박 패권주의는 정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3선 당선자도 “조만간 긴급 당선자 총회를 열어 정 원내대표의 퇴로를 열어줄 것”이라며 “비대위원 인선을 정치 지형에 맞게 다시 하자는 차원에서 정리를 한 뒤 봉합하면 된다”고 말했다.

전날 당 혁신위원장직에서 자진 사퇴한 비박계 김용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한다”며 “의인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악인의 길은 망하리로다”라고 적었다. 성경 구절을 인용해 친박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친박계는 이날도 비박계와의 결별을 공식화하는 분위기였다. 한 친박계 의원은 통화에서 “어정쩡하면 안 된다”며 정 원내대표의 사퇴까지 생각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다른 중진 의원도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원 인선과 관련해 청와대 및 친박계와 상의를 했으면 괜찮을 것 같았는데 안타깝다”며 비대위원 인선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친박-비박계 의원들은 라디오에서 공개 설전까지 벌였다.

친박계 이장우 의원은 “당내에서 총질을 하고, 당을 흔들고, 또 같은 집권 여당인데 정부를 흔들어 대는 발언을 계속 하면서 당을 혼란스럽게 하는 인사들이 앞장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정 원내대표를 겨냥했다. 김태흠 의원도 “(정 원내대표에게) 전권을 위임했다고 하더라도 독선적으로 하라는 건 아니다”며 “사과하고 백지에서 시작하든가, 아니면 본인 스스로 사퇴를 하든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새누리당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도저히 생각이 다른 사람이면 (분당)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도 했다.

그러자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정 원내대표를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정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내 절대 다수의 주류층인 친박의 전격적인 지원 속에서 당선된 분”이라며 “한 달도 안 된 사람에게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되느냐, 원내대표를 사퇴해야 되느냐는 식으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또 “정 원내대표가 비대위, 혁신위 구성안을 ‘그분’의 재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했다고 하차시키겠다면 당 지도체제는 자리 잡을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을 의미하는 듯한 뉘앙스였다. 그러나 라디오 진행자가 ‘그분’이 청와대를 지칭하느냐는 질문에는 “어디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donga.com
#정계개편#박근혜#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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