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두달짜리 비대위… ‘당권’에 밀려 쇄신 흐지부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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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자 총회… ‘7월全大’ 결론

4·13총선 참패 이후 새누리당을 수습할 주체는 조만간 구성될 비상대책위원회가 아닌 차기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새 지도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늦어도 7월 안에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열기로 하면서 비대위 활동 기한이 길어야 두 달밖에 안 돼 ‘힘 빠진 비대위’가 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비대위보다는 당권 경쟁으로?


새누리당은 9일 20대 총선 당선자 총회에서 약 3시간 동안 비대위 구성 방안 등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였다. 19명이 나서 발언할 정도로 열기는 뜨거웠다. 하지만 뾰족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해 서청원 최경환 의원 등 당 핵심 인사들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발언자 중 2, 3명 정도만 전당대회 경선을 관리하는 ‘관리형 비대위’ 구성을 주장했고, 나머지 다수는 ‘쇄신형 비대위 구성’ 의견을 냈다고 한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총회 마무리 발언에서 “당의 안정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전당대회 시점은 7월을 넘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기준을 정했고 나머지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쇄신형 비대위 구성이 목표지만 활동 기한은 두 달밖에 줄 수 없는 모순적인 상황에 처한 셈이다.

정 원내대표는 조만간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에 나설 예정이다. 우선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참석하는 중진협의체를 11일 열기로 했다. 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해 “전지전능한 인물이면 좋겠지만 그런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비대위원장에게) 전권을 부여하거나 총선을 치르면서 공천권을 행사하는 위치도 아니어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에게 당을 전면적으로 쇄신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날 총회에선 구체적인 비대위원장 후보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비대위 산하에 ‘혁신 특위’를 구성해 비대위 종료 이후에도 활동을 보장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당의 관심은 차기 지도부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당 쇄신 작업이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향후 비대위에서 당 지도체제 개편 문제가 논의될 수도 있다. 이날 총회에서 정병국 의원은 “단일 지도체제에 강력한 권한을 줘서 새 지도부가 당을 끌고 나갈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향후 비대위에서 지도체제 개편 논쟁이 점화되면 최고위원 5명 선출을 전제로 한 전당대회의 1인 2표제 투표 방식이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친박(친박근혜)계 내 이주영 이정현 홍문종 의원 등의 출마가 점쳐지고 있어 1인 2표제 방식에선 친박계 최고위원이 다수 선출되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반면 비박(비박근혜)계에선 정병국 강석호 의원의 출마가 예상되지만 TK(대구경북)에서 최경환 의원이 출마할 경우 강 의원은 출마를 접을 가능성이 있다.


○ 정진석 “복당 서두르는 편법 쓰지 않을 것”


20대 국회 개원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될 무소속 유승민 의원 등의 복당 문제도 전당대회 개최 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 있다. 정 원내대표는 “복당 문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결론을 (당선자들에게) 말했다”며 “국민이 4월 13일 (총선에서) 내려주신 결론은 우리에게 제2당을 준 것이고 그런 민의를 받들어 원 구성 협상을 위해 복당을 서두르는 편법을 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당 문제와 맞물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수평적 당청관계를 정립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비대위 구성, 무소속 의원 복당 등 현안에 대해 시중에서 (내가) ‘친박 눈치 보느라 비대위 구성을 포기했다’는 기사도 봤다”며 “지금 당 처지가 계파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만큼 한가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이에 대해 “청와대에서 유 의원의 복당을 반대하더라도 당의 중론이 모아지면 따르겠다는 뜻도 담겨 있지 않겠느냐”고 해석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새누리#비대위#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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