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으로 기운 정진석의 첫 인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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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원내대표단 요직, 친박들이 차지… 黨일각 “靑 입김 작용한 것 아니냐”
“본회의장 의석 여야 섞어 앉자” 제안… 우상호 “막상 하면 후회할 것” 부정적

與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단 9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총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왼쪽에서 
다섯 번째)를 비롯해 새로 구성된 20대 원내대표단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일종 당선자, 김명연 의원,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정 원내대표, 최연혜 정태옥 이만희 당선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與 20대 국회 첫 원내대표단 9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총회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왼쪽에서 다섯 번째)를 비롯해 새로 구성된 20대 원내대표단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일종 당선자, 김명연 의원, 김광림 정책위의장,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 정 원내대표, 최연혜 정태옥 이만희 당선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외줄타기’가 시작됐다.

4·13총선 참패 이후 당내에선 청와대 주도의 당청 관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정 원내대표도 원내대표 경선 당시 “야당이 의회 권력을 장악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당청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의 첫 당직 인선을 두고 여전히 ‘청와대 입김’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원내대표단의 핵심인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와 김명연 김정재 민경욱 원내대변인 등이 모두 친박(친박근혜)계라는 점에서다. 친박계가 계파색이 옅은 정 원내대표를 밀어 원내사령부를 접수한 뒤 ‘숨은 진박(진짜 친박)’들을 요직에 앉혔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여전히 당권 장악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는 방증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 원내대표는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9일 당선자 총회에서 “저는 특정 계파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 청와대와 긴밀하게 협의하지만 청와대 주문을 여과 없이 집행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당내에선 정 원내대표가 친박계의 지지로 당선된 데다 당내 입지가 공고하지 않다는 점에서 친박계의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는 이날 첫 원내지도부 티타임에서 “사실 이 자리에 계신 분들(김도읍 김명연 김정재)과 자주 교류하지 않아 제가 잘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내부대표단에는 재선의 오신환 의원과 강석진 권석창 김성원 성일종 이만희 이양수 정태옥 최연혜 당선자가 추가 임명됐다.

결국 정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야당 사이에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전날 취임 이후 처음 열린 당정협의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늑장 대처를 지적하며 국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와 국정조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두 야당을 상대로 ‘2 대 1’ 협상을 벌여야 하는 정 원내대표의 처지와 무관치 않다. 청와대와 정부에 끌려가는 순간 ‘야권 공조’만 단단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원내대표는 9일 ‘깜짝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본회의장 의석을 여야 정당별로 배치하지 말고 상임위원회별로 섞어 앉자는 것이다. 현재는 국회의장을 바라보고 원내 1당이 중앙에, 2당이 오른쪽에, 나머지 정당이 왼쪽에 앉는다. 정 원내대표는 “여야가 섞어 앉으면 소통과 대화가 바로 옆자리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단칼에 거부할 건 아니지만 같은 당끼리 긴급하게 의논해야 할 일이 많아 막상 섞어 앉으면 후회하게 될 것 같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친박#정진석#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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