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어제 직장보험과 지역보험으로 이원화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으로 개편하는 경제민주화 공약을 발표했다. 현 건보료 체계에선 직장보험은 근로소득에 따라 부과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 재산 자동차 성별 연령 등 다양한 기준을 적용해 형평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더민주당은 건보료 부과기준을 소득수준으로 단일화해 부과 대상을 확대하고, 지역가입자의 경우 1가구 1주택 소유에 대한 건보료 부과를 면제함으로써 직장과 지역가입자 간 차별을 없애고 건강보험의 보장성도 높이겠다는 것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어제 이 같은 건보 개편 공약을 소개하며 “정부 여당이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건보 개편을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득 중심의 건보료 개편은 박근혜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였다. 정부는 출범 직후 전문가 16명으로 건보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구성해 2015년 1월 더민주당의 공약과 같은 골격의 개편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당시 ‘연말정산 파동’에 놀란 정부가 새로 보험료를 내야 하는 고소득 부유층의 반발에 지레 겁을 먹는 바람에 이 개선안은 백지화되고 말았다. 소득이 없는데도 집 한 채 있다는 이유로 상당한 보험료를 내야 하는 지역가입자의 고통을 감안하면 무책임한 눈치 보기 행정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민주당이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는 공약을 내놓아 모처럼 정부 여당에 제대로 한 방 먹인 셈이다.
더민주당에서 이 공약을 만든 김종대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재임 시절 “나는 직장 있는 아내의 피부양자여서 보험료가 0원이고 생활고로 자살한 송파 세 모녀의 보험료는 5만 원”이라며 개편을 강력하게 촉구한 바 있다. 건보료 개혁을 포기해 공약과 사람을 야당에 빼앗긴 집권 여당은 입만 열면 야당 탓을 해온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 총선 결과와 상관없이 더민주당과 손잡고 건보료 개혁을 해내는 것이 박근혜 정부가 부끄러움을 더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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