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오정은]다문화 10년, 정책방향 바꿔야할 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코멘트
오정은 IOM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
오정은 IOM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
‘다문화’라는 용어를 공식적인 정책 용어로 사용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1990년을 전후해 외국인 노동자 및 결혼이민자의 유입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정부와 민간의 관심이 높아졌지만, 2000년대 중반까지 정부의 이민자 정책은 다소 미온적이었다. 2004년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2005년 ‘재한 외국인 처우 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정부의 이민자 정책이 시작됐다. 특히 2006년 4월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 시행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는 이민자 관련 정책이 ‘다문화 정책’으로 불리면서 사회 전반에 다문화 열풍이 일었다.

다문화 정책의 대표적인 성과는 전국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설치다. 2006년 결혼이민자 지원을 위해 설립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2016년 현재 전국 217개 시군구로 확산되었다. 초기에는 결혼이민자의 한국 사회 적응에 초점을 두었지만 점차 결혼이민자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을 위한 사업으로 확장되어 우리 사회의 다문화 감수성 확산에 기여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 지난 10년간의 다문화 정책을 비판하는 시각도 이어졌다. 이민자 지원에 중점을 두는 사업 내용으로 인해 다문화 정책이 일명 ‘퍼주기 정책’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일반 한국인에게 돌아갈 복지예산을 잠식시키는, 한국인에 대한 역차별 정책이라는 인식도 생겼다. 연구의 일환으로 지원센터 관계자를 인터뷰하면, 결혼이민자들이 정부의 지원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에서 불편해진다거나, 중복적이고 경쟁적인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이 낭비로 보인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국내 다문화 정책은 법무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가 관련되고, 부처별로 각자 사업을 계획하고 수행하면서 중복 및 예산 낭비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법무부는 재한 외국인 전반, 여성부는 다문화가족, 고용부는 외국인 인력, 교육부는 유학생 및 이주 배경 자녀 등에 관한 정책을 주관한다. 각기 다른 사업을 구상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결혼이민자이면서 유학생이거나, 재외동포이면서 외국인력이 되는 등 대상이 중복된다. 대상이 다르더라도 한국어교육, 취업교육 등에서 사업 내용이 유사해지기 쉽다. 중복과 예산 낭비를 피하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설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현재 구조에서 컨트롤타워를 설치한다 해도 여러 부처가 관련 업무를 잘 조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 10년간 노정된 다문화 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면 컨트롤타워 설치보다 현 시점에서 다문화 정책의 목표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의 다문화 정책도 소수자 지원에 역점을 둘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이민자의 사회 적응을 위한 지원 체계가 어느 정도 제도화된 상황에서, 앞으로도 계속 지원사업을 개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보다는 이민자의 역량 제고를 통해 이민자 인력을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자산으로 활용하는 정책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원 위주로 진행된 다문화 정책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지 모른다. 이민자 사회 통합뿐만 아니라 출입국 정책, 체류관리 정책, 국제협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이민 정책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다문화 정책 10년간의 성과와 부작용을 함께 검토하면서, 소수자 지원을 위한 다문화 정책과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이민 정책 사이에서 우선순위 목표를 설정할 시점이다.

오정은 IOM이민정책연구원 연구교육실장
#다문화#다문화정책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