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막말’ 윤상현 면담 거부…尹 “계속 사과 시도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9일 14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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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를 당에서 솎아내야 한다”며 막말을 쏟아낸 녹음 파일이 공개된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9일 사과의 뜻을 전하려 했으나 김 대표가 거부했다.

윤 의원은 이날 오전 11시경 지역구인 인천에서 상경해 국회 당 대표실을 찾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윤 의원의 면담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의원은 약 20분 동안 회의 중인 김 대표를 기다렸지만 김 대표는 다른 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김 대표가 윤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의원은 8일 채널A를 통해 녹음 파일이 공개된 직후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김 대표가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가 지역 분들하고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여러 하소연을 했고 그런 말을 하게 됐다”며 “일단 우리 대표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도 전화했고, 오늘도 왔다. 또 가겠다”면서 김 대표에게 계속 사과를 시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윤 의원은 “27일 친박 핵심 인사가 김 대표에게 40여 명의 살생부 명단을 전달했다고 대표가 말했는데 한 마디로 거짓”이라며 “절대로 그런 일은 없고 있지도 않은 살생부 때문에 너무나도 격분한 상태였다”고 당시 상황을 해명했다. 또 “취중의 사적 대화까지 녹음을 해서 언론에 전달하는 행위는 의도적인 음모”라며 “제가 취중에 실언한 것은 사실이나 이걸 녹음해서 유포하고 이것은 근절해야 한다”고 강하게 불만을 털어놨다.

당일 통화한 상대에 대해서는 “그날 정말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제 주변사람이 녹음을 한 것 같은데 하도 술을 많이 마셔서 누구랑 대화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천관리위원이거나 청와대 인사이냐’는 물음에는 “그런 건 절대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는 “공천관리위원들한테 전화해서 막 그럴 그것은 아니다”며 “공천 개입 시도는 절대 아니다. 전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 없는 사람”이라고도 했다.

김 대표는 이날 당 대표실을 빠져나가면서 윤 의원과 면담 여부, 이번 사태에 대한 생각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함구했다.

공천 과정에서 이한구 공관위원장의 파죽지세에 기세를 잡았다고 보던 친박(친박근혜)계는 돌발 사건에 당혹스러운 표정이었다. 친박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모처럼 최고중진연석회의에 참석해 진화에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정치 선배로서 국민에게 죄송스럽고 안타깝다. 김무성 대표께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실 것 같아 위로의 말씀드린다”며 “윤상현 의원이 김 대표 직접 찾아가서 사과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박(비박근혜)계는 쉽게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다. 비박계이자 김 대표와 가까운 홍문표 제1사무총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윤 의원이)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했기 때문에 정계를 스스로 은퇴를 하든지 거취를 결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비박계인 이재오 의원도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전화로 직접 ‘당 대표 죽여버려라’, ‘비박 솎아내라’ 세상이 이런 실세가 있을 수 있냐”며 “(전화를) 받은 사람이 누군지 밝혀내야 하고 밝혀지지 않으면 의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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