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력시위에… 北 ‘미국인 인질’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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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4차 핵실험 이후]
“한국계 김동철씨 간첩혐의 억류, 北中무역 종사… 2015년 10월 체포”
CNN과 인터뷰 주선 ‘협박 외교’

북한이 미국 국적의 한국인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해 억류하고 있다고 11일 전격 공개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미국이 전날 B-52 전략 폭격기를 동원해 공개적으로 무력시위에 나서자 ‘인질 외교’로 협박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은 이날 평양에 체류 중인 미국 CNN 방송 기자를 한 호텔로 불러 김동철 씨(63·사진)와의 인터뷰를 주선했다. 2014년 11월 케네스 배 씨(47) 등 미국인 3명이 석방된 뒤 북한에 미국 국적자가 억류돼 있는 것이 확인된 것은 김 씨가 처음이다.

김 씨는 CNN에 자신이 미국 버지니아 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살았으며 2001년에 중국 옌지(延吉) 시로 이주해 와 북-중 무역과 호텔 사업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또 2013년 4월부터 한국의 ‘보수 인사’들에 포섭돼 북한의 주요 군사 시설과 경제난 상황 등을 담은 사진을 수집해 왔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전직 북한 군인(35)에게서 북한 내부 상황이 담긴 USB와 사진을 넘겨받던 중 북-중 국경 지역에서 체포됐으며 현재 평양의 한 호텔에 억류돼 조사받고 있다고 말했다. CNN은 김 씨가 하루 세 끼 식사를 하고 있으며 건강해 보였다고 전했다.

김 씨는 “여러 한국인에게서 북한 정권을 증오하도록 세뇌당했고 지금까지 공작금으로 5300달러(약 640만 원)를 받았지만 돈 때문에 스파이 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과 한국 정부가 나의 석방을 위해 노력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김 씨는 “북한이 수소탄을 만든 것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을 종식시키기 위한 것이며, 지금이야말로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정책을 바꾸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마치 북한 정권을 대변하는 듯했다. 억류된 신분임을 감안할 때 북한이 시켰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계 캐나다인 임환수 목사(61) 인터뷰도 이날 CNN이 보도했다. 특대형 국가전복음모행위로 지난해 12월 무기노동교화형(종신노역형)을 선고받은 임 목사는 인터뷰에서 “일주일에 6일, 하루에 8시간씩 교도소 과수원에서 사과나무를 심을 구덩이를 파고 있다”고 말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무력시위#cnn#인질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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