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조윤선과 이혜훈의 서초갑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김회선 의원이 불출마하는 서울 서초갑에서 ‘박근혜의 여자들’이 맞붙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변인에 이어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이 지역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이다. 서초는 공천이 곧 당선을 의미하는 새누리당 텃밭이다. 어제 두 사람이 국회에서 15분 간격으로 가진 출마 회견은 ‘신박(신박근혜) 대 원박(원조 박근혜)’의 여성 매치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았다.

▷서울대 82학번인 이혜훈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을 한 경제통이다. 4선 의원을 지낸 김태호 전 내무부 장관의 며느리. “10년 정치인생 전부를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쏟아부었다”는 원박이지만 지난 대선을 즈음해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고 한다. 그래선지 요즘에는 경제민주화 후퇴를 거론하면서 박 대통령을 비판한다. 박 대통령이 찍어낸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가까운 사이이기도 하다.

▷이혜훈의 서울대 2년 후배인 조윤선은 한국씨티은행 부행장에서 정치권에 발탁된 신데렐라다. 변호사로서의 전문성과 함께 오페라 관련 책을 낼 만큼 문화적 감수성을 갖추었고 온화한 태도의 친화력까지 보여줘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었다. 공무원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유 전 원내대표의 소통 문제에 책임을 지고 정무수석에서 물러났지만 서초갑 출마에는 박 대통령의 마음이 실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론조사를 해보면 조윤선의 지지자는 단연 남성이 많고, 이혜훈의 지지자는 여성이 많다고 한다. 조윤선은 누구에게나 “나를 좋아하나 보다” 하고 믿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조윤선은 TV에서보다 실물이 더 예쁘다”는 것이 남성 기자들의 평이다. 이혜훈은 TV나 라디오에서 말하는 것을 들으면 “아, 정말 똑똑하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주부들이 좋아하는 이유도 그 때문일 듯하다. 아까운 여성 자원들이 상대를 죽여야 자신이 사는 게임에 등장해 같은 여자로서 좀 불편하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조윤선#이혜훈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