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마지막 빨치산 1세대’ 이을설 폐암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9일 03시 00분


최룡해, 장의위원서 빠져 신변이상설 , 김정은 위원장 맡아… 당정군 망라
‘빨치산 아들’ 최룡해 배제 이례적… 전문가들 “해임-숙청 가능성”

북한 김일성 주석과 함께 활동한 빨치산 1세대 이을설이 94세의 나이에 폐암으로 7일 사망했다. 이을설을 마지막으로 빨치산 1세대의 대표적 인물들은 모두 사라졌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위원장을 맡는 국가장의위원회를 구성해 이을설의 장례식을 국장으로 치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을설은 김정은 제1비서와 함께 북한군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원수’였다. 1984년부터 2004년까지 김일성 김정일의 경호를 책임지는 호위총국장을 맡았다.

북한 매체들이 8일 발표한 이을설 장의위원 명단에 실세 최룡해 노동당 비서(근로단체 담당)의 이름이 빠져 그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이 발표한 171명의 장의위원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원홍 국가보위부장 등 당·정·군의 주요 권력 엘리트들이 총망라됐다. 공교롭게도 최룡해는 이을설처럼 김일성과 함께 활동한 빨치산 1세대 최현의 아들이다.

한국 정보당국은 최룡해의 신변에 이상이 생겼는지 확인에 나섰다. 통일부는 “최룡해가 정상적으로 직위를 유지하고 있다면 일어나기 어려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룡해가 해임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숙청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만약 그가 해임되거나 숙청됐다면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중국 서열 5위 류윈산(劉雲山) 정치국 상무위원을 만나는 과정에서 북-중 관계와 관련한 업무 처리가 김정은의 마음에 들지 않아 문책당했거나 △비리에 연루되거나 김정은을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게 발각됐을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한 소식통은 “최룡해는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거들먹거리는 성품”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때 한국을 방문했을 때도 황병서를 중심으로 의전이 진행되자 불쾌한 표정으로 자신이 더 실세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도 한다.

최룡해의 마지막 공개 행보는 지난달 31일 자 노동신문에 내년 노동당 제7차 대회와 관련한 글을 실은 것이었다. 김정은 수행은 지난달 19일 청봉악단 공연 관람이 마지막이었다. 한편 오일정 당 군사부장, 이재일 선전선동부장도 장의위원 명단에서 빠져 이들의 신변 이상 가능성도 제기됐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빨치산#이을설#최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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